2023 법무사 1월호

96다30182판결 등 참조)”이라는 태도이므로, 채권회 사와 방문자를 공동피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에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얼마 후 소송의 변론기일이 열렸다. 피고 회사는 잘못을인정하지만, 금전적배상은할수없다는태도였 다. 현장을 방문한 사람은 직원도 아니고 지금은 회사 에 나오지 않는다며, 나재기 씨가 채무자인 것은 확실 하니변제를해야한다는취지의주장을일관했다. 이에 맞서 나재기 씨도 채무를 부인하는 것이 아 니라 채권추심 방법을 문제 삼는 것이라 주장했다. 재 판부는 “다음 변론기일까지 가능하면 화해하기 바란 다”며 당일 변론을 종결했다. 결국 나재기 씨는 재판부의 권유에 따라 추심회 사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채무변제금액에 합의, 소송 을 취하했다. 손해배상청구소송 역시 이렇듯 조금은 싱겁고 순조롭게 막을 내렸다. 놀랍도록부실한채권관리, 채무자보호방안필요해 이후에도 나재기 씨는 여러 건의 채권에 대해 청 구이의, 추완항소를 진행해 채권들을 정리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채권자들이 채권양도 증거로 제출한 채권양도통지서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거나 하 나의 채권이 여러 곳에 양도되어 소송이 제기된 사실 이 거듭 확인되었다. 이 모두가 나재기 씨가 하나하나 소송을 통해 증 거의 진위를 밝혀 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로 서, 만일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면 동일 한 채권이 다중으로 양도되고, 여러 개의 집행권원이 성립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 대해 뭐라고 해야 할까. 동일 채권을 다중 양도한 채권자의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 하나 민사상의 거래에서 발생한 문제를 형사적으로 문 제 삼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이 채무자가 다 투지 않아 발생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판단을 내리기가 참으로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만, 필자는 부실채권의 관리가 이토록 허술하 다는 것에 놀랐고, 이로 인해 채무자들이 필요 이상의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러나 어린아이에게까지 아버지의 채무를 고지 하며, 인격 모독적 발언을 하고 변제를 독촉한 것은 일 반적인 채권추심과는 무관한 것으로, 부당행위인 것만 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나재기 씨 또한 엄밀히 말하면 채무면탈 을 목적으로 모친 명의의 사업을 한 것이기 때문에 마 냥 억울하다고만 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필자로서도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을 조정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 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재기 씨는 끈질긴 의지력으로 2년 가까운 시간 에 걸쳐 마침내 모든 채무를 정리했다. 이후로는 그의 근황을 알지 못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으 나 그의 남다른 정신력으로 보건대 아마도 어디선가 아들과 함께 잘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사건은 장기간, 다액연체자의 분쟁에 있어, 채 권자들이 변제를 요청하는 채권의 존재를 조금도 의심 치 않았던 필자에게 많은 고민과 생각거리를 던진 사 건이었다. 법의 한계로 보이는 사건이지만, 부실한 채권 관리로 고통받는 채무자가 존재하는 한, 어떻게든 문 제를 개선할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 법으로본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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