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K-문화의 위상, 그러나 아직은 낯설다 사실 오랫동안 한국인들은 스스로에 대해 의문 을 갖지 않았다. 아니 의문을 가진 적이 없다. 그 이유 는 한국인들이 오랜만에 세계를 접했던 구한말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문을 닫고 있던 동안 세계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은 구시대와의 확실한 작별 을 고했고, 경제력과 무력을 획득한 열강은 제국주의 의 깃발을 높이 들고 세계를 잠식해 나가고 있었다. 뒤늦게 유럽과 미국, 일본의 발전상을 목도한 한 국인들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겼다. 남들이 발전하고 힘을 키우는 동안 공자님 말씀이나 찾고 당파싸움이나 하면서 강국이 될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주권을 빼앗기고 국권을 침탈당하면서 부끄러움 은 더욱 커졌다. 누군가는 한국인들을 스스로 발전할 수 없는 족속이라 여겨 나라를 팔았고, 누군가는 외국 을 배우고 익혀 그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매국과 독립운동이라는 전혀 상반된 평가로 이어 진 이 두 선택의 기저에는 스스로를 부끄러운 존재라 여겼던 동일한 인식이 있다. 광복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 랜 식민지 기간으로 고갈되고 왜곡된 경제, 뒤따른 분 단과 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 독재와 쿠데타,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징조를 찾기 어려운 시대가 이어졌고, 한국인들은 그것이 자신들이 못난 탓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인들은 잘살아보겠다고 피땀 흘려 일했고 살 한국 가수가 빌보드에서 1위를 밥 먹듯 한다. 한 국 영화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 한국 드 라마가 세계 드라마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다. 아마도 20년 전에 누군가 이런 소리를 했다면 소설을 써도 적 당히 쓰라며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 것이다. 싸이가 깜짝 빌보드 2위에 올랐던 10년 전만 해 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당시만 해도 빌보드 2위 는 싸이의 독특한 개성과 운으로 요약할 수 있는, 설명 할 수 없는 여러 요인이 겹쳐 일어난 지극히 예외적인 사건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한국문화의 위상은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 외국의 청년들이 한글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즐기고 배우러 한국을 방문한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도한놀이(코로나로 해외여행을 못 하는 상황에서 모 텔 등에서 한국 여행 컨셉으로 노는 것)’를 즐기고, 프 랑스인이 판소리를 배우러 한국에 유학 오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부모님들이 머리 나빠진다고 못 보게 했던 예능도 많은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모든 일들은 BTS와 봉준호 감독, 윤여정과 이정재 등 문화 계 인사 몇 사람의 힘으로 이뤄진 일일까? 아니면 어떤 나라가 주장하듯 국가적 지원의 결과일까? 아니면 우 리가 몰랐던 한국의, 한국인들의 뭔가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정작 한국인들은 이런 현상이 낯설기만 한 것 같다. 주변에서는 세계를 뒤흔드는 한류에도 ‘왜 저 러는지 모르겠다’라든가, 한국에 오는 관광객들에게 ‘뭐 볼 게 있어서 오느냐’는 식의 태도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문화의 위상이 달라졌다. 외국의 청년들이 한글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즐기고 배우러 한국을 방문한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도한놀이’를 즐기고, 프랑스인이 판소리를 배우러 한국에 유학을 오는 시대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들은 이런 현상이 아직 낯설기만 하다. 한류가 왜 세계를 뒤흔드는지 의아해하는 한국인의 심리, 왜 그럴까? ┃ 슬기로운 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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