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3월호

2023. 03 vol.669 부모님이투자한아파트는어디에, 세입자는누구? 서울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인 나어린 씨의 부모 님은 서울에 거주하는 자녀를 위해 집 한 채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해 낡고 작은 소형 아 파트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나 중에 재건축·재개발이 되어 투자가치도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마침 알음 알음으로 알게 된 부동산투자회사 직원이 자신의 회사 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소형 아파트가 있는데, 재건 축이 완료되면 입주권이 나와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거 라며 적극적으로 구매를 권유했다. 애초 바랐던 조건과 딱 들어맞는 집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은, 서둘러 구매하라는 직원의 말에 어디에 있는 어떤 집인지, 누가 거주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그 직원의 말을 따라 여기저기 서류에 도장 을찍고, 나어린씨명의로소유권을취득하게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재건축은 진행되지 않았 고, 재건축을 추진하던 부동산투자회사도 없어졌다. 그 직원을 믿고 모든 것을 맡겼던 부모님으로서는 망 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 대체 아파트는 어디에 있 으며, 거주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런데도 소유권은 있 으니 재산세 고지서가 때마다 날아들었다.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나어린 씨에게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았 다. 듣고도 믿기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에 나어린 씨는 며칠을 고민하다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정당한 소유권 행사를 하 고 싶다는 나어린 씨의 말에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발 급받아 보니 소유자는 나어린 씨가 맞았고, 가압류나 근저당 등 문제 될 만한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부동산만 인도받으면 되니 별로 복잡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파트에 누가 거주하 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 나어린 씨에게 동 주민센터 에서 전입세대열람을 신청해 주민등록표상 전입신고 가 되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도록 했다. “전입신고는 한 명만 되어 있었어요. 부모님도 아 파트가 어느 지역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임대를 했겠 냐며, 세입자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럼 간단하다. 임대차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채 무단점유 중에 있으므로, 소유자인 나어린 씨가 세입 자를 상대로 부동산인도청구소송을 하면 그만이다. 그 러나 이는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점입가경 황당 전개 를 하게 될 것인지를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필자의 순 진한 생각일 뿐이었다. 세입자내보내려부동산인도소송, 그러나 “대리인과계약” 주장 필자는 부동산등기부등본과 전입세대열람내역을 첨부해 “원고는 피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어 피고가 무단점유를 하고 있으므로 부동산을 인 도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동산인도청구소장을 작성하 여 제출했다. 나어린 씨나 그 부모님이 전혀 모르는 사 람이라고 하니 다른 사실관계를 주장하거나 법적으로 복잡한 내용이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얼마 후 피고의 답변서가 도착했다. 나어린 씨가 학업으로 법원 서류를 받기 어렵다고 해 필자를 송달영 수인으로신고해둔탓에사무소로발송된답변서를확 인할수있었다. 그런데답변서의내용이기가막혔다. 피고는 “김무단”이라는 사람으로, 자신은 “이무 권”이라는 원고의 대리인과 보증금 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대리인 위임장과 임대차계약서, 원고의 인감증명서를 제출한 것이었다. 무단점유가 아 니라 대리계약 체결이라니, 나어린 씨가 부모님에게 알 아본 사실은 이러했다. “그 투자회사 직원이 여러 서류를 내밀며 도장을 찍으면 된다고 해서 그냥 여기저기 제 도장을 찍으셨다 고 해요. 그 서류들이 무슨 서류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는데, 임대차계약서에는 도장을 찍은 적이 없다네요.” 그러나 임대차계약을 위한 대리인 위임장에는 분 명히 나어린 씨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부모님이 여러 ┃ 법으로본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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