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과 교양이 그녀에게 불러일으킨 찬탄과, 자신의딸이그세계의일부가 되는것을보며느끼는자부심과, 겉으 로는 절묘한 예의범절을 보여주면서 속으로는 자신을 경멸하지 않을까 하 는두려움사이에서갈팡질팡했다. 어머니는 자기 자체로는 사랑받 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이 주 려는것으로사랑받기를바랐다.” 딸이 어머니의 그런 감정을 이해 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에르 노의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병원을 옮 겨 다니다가 세상을 떠난다. 에르노는 그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반드시 글 로 남기고 싶었다. 그것은 자신의 어머니를 치매에 걸린 노인으로 남겨놓는 것이 아니라, 황금 같은 시절이 있었던 어머니의 모 습을 함께 복원시켜 놓고 싶은 갈망이 었다. 어머니에 대한 글쓰기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사랑이었다. 아버지의장례를치르고나서도에 르노는 아버지에 관한 “이 모든 것을 설 명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 설 『한 여자』에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그랬듯이, 아버지에 대한 에르노의 기억 역시 깨알 같다. 부모의 삶을 이토록 하 나하나기억하고있는딸의마음이란. 상층 세계로 들어간 에르노는 부 모의 모습을 부끄러워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욕을 주 고 받았는데, “무능한 놈! - 미친년!” “한심한 놈! - 늙은 걸레!” 같이 상스러 운 말들이었다. 부모들의 이런 문화와 자신이 편입된 세계의 문화는 너무도 달랐다. 이제 상층 세계 속에서 살아가 소소한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노력을 젊었을 때부터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후회할 때는 이미 늦을 것 이고, 그때는 내 힘이 지금 같지 않을 때일 것이다. 떼려야뗄수없는가족, 잊히지않는존재 가족이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존재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아니 에르노의 책들은 부모와 자식 간 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억들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한 여 자』에서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남자의 자리』에서는 역 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에르노의 부모는 결혼을 하고서 상인이 되었던 하층 세계의 삶을 살았다. 그 세계에서 성장했던 딸은 대학교수 가 되고 살만해지는 계급 상승을 이루게 된다. 이제 자신의 부모와 다른 세계에 살게 된 딸의 감정은 양가적이다. 이미 청소년기부터 에르노는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나 왔다. “그녀는더 이상나의모델이아니었다. 나는 『레코 드라 모드』를 넘기면 만나게 되는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민감하게 의식하게 되었다. 프티부르주아인 학급 친구들 의 어머니들은 그러한 여성적 이미지에 가까워서 날씬하 고, 행동이점잖고, 요리를잘하고, 자신들의딸을다정하 게 ‘사랑하는딸’이라고불렀다. 내어머니는너무요란스럽다는생각이들기 시작했 다. 나는어머니가다리사이에병을끼고서병마개를딸 때면 눈길을 돌려 버렸다. 나는 그녀가 말하고 행동하는 거친방식이부끄러웠는데, 내가얼마나그녀와닮았는지 느끼고 있는 만큼 더더욱 생생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 『한여자』 어머니는 자신이 딸에게서 경멸받을까 불안해하며, 대신 사랑을 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나의 어머니는 이 세계에 대해, 훌륭한 교육과 우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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