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3월호

고위직에 특정 대학 출신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 지만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것과는 다른 일이다. 한국에서 그런 제도가 생겼다가는 당장 반대 여 론이 들끓고,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빗발칠 것 이다. 분명한국인들의마음에는특별한무언가가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평등주의’라는 말로 요약해 왔다. 평등주의란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사이의 차 별을 인정하지 않고 동등한 대우나 권리를 주장하는 태도를 말한다. 한국인들에게 이 평등주의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누군가 특권을 누리는 일을 보아 넘 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위화감’이라는 용어도 평 등주의와 관련 있다. 위화감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어 울리지 못하는 어색한 느낌이지만, 한국에서 이 단어 가 쓰이는 맥락은 따로 있다. 연예인들이 고급 자동차나 주택을 샀다거나 특정 지역, 계층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문화를 보일 때, 한국 인들은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표현한다. 이 경우 위화감 은 조화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넘어 ‘저들이 나와 다르 다는 느낌’을 뜻한다. 결국 한국인들은 남이 나와 다르다는 느낌에서 불편한 감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벼락거지’라는 말도 갑자기 몇억씩 돈을 번 사람들이 나와는 달라졌다는 위화감으로부터 나온 표현이리라. 학자들이 이러한 경 향을평등주의로설명해온사실도일리가있어보인다. 그렇다면, 평등주의는 한국인들의 어떤 속성이 만들어내는 현상일까.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국의 평등주의가 갖는 또 하나의 특징에 주목할 필요 가 있다. 그것은 평등의 방향성이다.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 벼락거지라는 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은 비교의 방향이 항상 위 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인들은 자신 보다 더 나은 상태에 있는 이들과 비교해 부정적 감정 을 느끼고, 그들과 자신의 차이가 사라져야 한다는 생 각을 가지고 있다. 나보다 더 나은 조건의 상대와 비교해서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차이를 부당하게 여기고, 그러한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한 차이를 없애려 행동한다 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바로 이 부분에 한국인 심리의 독특성이 나타난다. 바로 ‘자기가치감’이다. 높은 자기가치감은 한국 인 심리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자기가치감’이란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게 지각하는 경향성으로 자존감 의 한 요소다. 그러나 자존감이 자신의 가치가 실제 자 신의 모습과 조화를 이룬 결과라면, 자기가치감은 그 이전의,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 자체를 의미한다. 자신의가치를실제이상으로높이평가하는한국인 한국인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실제 이상으로 높 이 평가한다는 증거들이 있다. 심리학에는 긍정적 환 상이란 개념이 있는데, 자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확 률은 높게, 나쁜 일이 일어날 확률은 낮게 평가하는 경 향을 뜻한다. 예를 들어, 특정 연령이 되었을 때 암 발 병률이 30%라면 내가 암에 걸릴 확률은 그보다 낮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긍정적 환상을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측정 한 결과, 한국인들의 긍정적 환상이 가장 높게 나타났 다. 자신의 건강, 능력, 운이 타인보다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높은 자기평가, 즉 자기가치감과 관련 있다. 소 비 수준과는 별개로 가는 한국의 명품 소비 성향이라 든가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유난히 견디기 어려워 상대적박탈감과위화감, 벼락거지라는 말에서공통적으로나타나는사실은 비교의방향이항상위를향하고있다는 것이다. 나보다더나은조건의상대와 비교해그차이를부당하게여기고, 그러한 차이를없애려행동한다는것. 바로이 부분에한국인심리의독특성이나타난다.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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