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3월호

하는 심리 역시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자기인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가치있는 존재로 보는 자기인식은 한국인들을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민 감해지도록 만든다.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돈을 더 많 이 벌고, 더 많은 특권을 갖는 것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내가 그들보다 못할 것이 없고 운이 조금만 좋았다면 그들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그만한 돈과 권리를 갖고 있 지 못하기 때문에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가진 자 들의 권리 행사에 대한 문제 제기 형식으로 나타난다. 부의 과시는 위화감이 드니 과시해서는 안 되고, 부동 산 규제는 못 가진 이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니 해 서는 안 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취업 준비생 들의 박탈감을 야기하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공정과 평등을 추구하는 행 동처럼 보이지만, 이처럼 한국의 평등주의에는 다른 이 들보다 내가 잘나기를 원하는 개인적 욕망이 숨어있다. ‘남부럽지않은삶’에대한높은기준, 발전과불행동시에가져와 남보다 잘나고 싶은, 잘 살고 싶은 욕구는 한국의 성장을 가져온 가장 직접적인 원천이다. 우리의 부모 세대는 자식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삶을 물려주고자 평 생을 달려왔고, 그 자식들인 우리들 또한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느새 남들이 꽤 많이 부러워하게 된, 한국이 그간 성취해 온 일들은 분 명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추구해 온 ‘공정’이라는 가치 역 시 의미 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현대 한국에서 소 위 가진 자들의 폐해는 적지 않았다. 정직하게 벌고 사 회를 위해 번 돈을 쓰는 부자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 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평등을 추구해 온 한국인들의 성향은 더 디지만 조금씩 한국을 더 나은 사회로 발전시켜 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그동안 ‘남부럽지 않을 수 있는’ 기 준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고, 그 기준에 도달 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가 추구해 온 ‘남부럽지 않은 삶’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하다. 내 가 아무리 잘났어도 나와 내 가족이 이 현실에서 남부 럽지 않은 삶을 이루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다. 현재 한국인들이 기준으로 삼는 ‘남부럽지 않은 삶’은지나치게과장된측면이있다. 한증권회사에서실 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기준으로 중산층에 해 당하는 사람들의 79.1%가 스스로를 빈곤층이라고 여겼 으며, 어떤 기준으로도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이들인데 도이들중 49.1%가자신을빈곤층이라고생각했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바란다지만 이는 지나친 생 각이다. 이상적 상태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준은 자 기 자신과 사회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사회적 갈등의 뿌리가 될 뿐이다. 물론 흙수저로 태어났으면 흙수저 로 살라는 말씀은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만들어야 할 사회는 노력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사회다. 사회에 불 공정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애초에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거기 도달하지 못한다며 좌절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 라 하기 어렵다. 여러모로 지금은 자기 객관화가 필요 한 시점이다. ┃ 슬기로운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75 2023. 03 vol.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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