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4월호

매매계약 체결 후 중도금도 지불되었다. 그런데 잔금을 지급하기 전 개발 호재가 가시화되면서 갑자기 토지가격이 급상승했다. 그러자 매도인의 생각이 달라졌다. 계약을 해제하고 높은 가격으로 토지를 팔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도금을 받아 계약 해제가 불가능하자 매도인은 땅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기 위해 의뢰인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로, 증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 래서 필자는 의뢰인들에게 늘 “말은 필요 없다,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되뇌곤 한다. 김농부 씨는 그제야 필자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고 물었다. 사실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문 사건이었다. 필자도 대법원 판례로만 보았을 뿐, 실제로 접한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관련 법을 충분히 검토한 후 필요한 서류를 알려주겠다”고 하고, 일단 돌려보냈다.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청구권’으로 피보전권리 변경, 보정명령 김농부 씨가 돌아간 후 필자는 관련 법령을 찾아 검토를 시작했다. 그 결과, 김농부 씨의 거주지와 농지 의 거리가 당시 법령에서 규정(2008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19조제1항제2호)한 허가기준인 20km 이내였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데는 문제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농지를 취 득한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하나 토지거래허 가구역이라 토지거래허가를 받으면 별도로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발급받을 필요도 없었다. “김농부 씨, 가처분신청을 해도 괜찮겠습니다. 농 업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모두 챙겨 서 사무실로 오세요.” 필자의 연락을 받은 김농부 씨가 잽싸게 임업후 계자증명과 농지원부 등의 서류를 챙겨 사무실을 방문 했다. 필자는 이 서류들을 첨부해 매도인을 상대로 부 동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했다. 이미 매도인이 제기 한 채무부존재소송이 서울서부지방법원(처음에는 의 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진행되었으나 피고의 주 소지인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이송)에서 진행 중이었 으므로, 가처분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신청했다. 그런데 얼마 후 법원에서 보정명령서가 왔다. 피 보전권리와 법적 근거를 명확히 밝히라는 것이다. 무효 인 계약에서(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전이므로 유동적 무 효이고, 유동적 무효도 기본적으로는 무효다) 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이 발생할 수는 없으므로, 가처분신청 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 권리로 한 것은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청구권”으로 변 경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체결한 계약에 관 한 효력은 유동적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1991.12.24. 선고 90이다12243판결)와 “유동적 무효인 계약에 근 거하여 처분금지처분이 가능하다”는 판례(대법원 1998.12.22.선고 98이다44376판결)를 인용해 가처분 신청에서의 피보전권리와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한 보정서를 서둘러 제출했다. 12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