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 vol.670 그러자 곧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중간에 보정 명령을 받긴 했지만, 큰 문제 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사 건이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났을까, 김농부 씨가 불쑥 사무실에 나타났다. “법무사님, 글쎄법원에서이런서류를보냈어요.” 김농부 씨가 내민 봉투를 열어보니, 법원의 ‘제소 명령결정문’이 들어있었다. 김농부 씨의 가처분 사실을 알게 된 매도인이 제소명령을 신청한 모양이었다. 가처분신청에분노한매도인, 제소명령신청 제소명령은 가처분·가압류에 해당하는 보전처분 을 당한 채무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다. 쉽게 말 하면 채권자에게 소송을 제기토록 함으로써 누구 말 이 맞는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다. 법원의 제소명령결정문을 받은 이상 채권자인 김농부 씨는 소 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농부 씨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매도인이 제기한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인데, 또 무슨 소송을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20일 전쯤 인가, 전화를 했더라고요. 토지에 왜 가처분을 걸어놨 나며 다짜고짜 욕을 하고, 가만두지 않겠다,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 반협박을 하는 겁니다. 기가 막혀서!” 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 소송을 하나만 하면 될 것 같지만, 두 소송은 서로 다른 소송이다. 매도인이 제 기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매매계약이 무효이니 매 도인인 자신에게 채무가 없다는 소송이고, 제소명령에 따른 이번 소송은 김농부 씨가 매매계약은 유동적 무 효이니 매도인에게 토지거래허가신고의 절차를 이행 하라고 한 데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는 소송인 것이다. 그러나 소송에서 김농부 씨가 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또, 가처분을 한다고 해서 토지를 사용하 지 못할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매도인의 손해배상청구 운운은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제소명령 에 따른 소장도 법무사님이 잘 써주세요.” 김농부 씨가 의뢰한 소장 작성을 위해 여러 자료 를 검토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처분신청 당시 법원에서 보정명령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만 일 가처분신청 없이 소송을 제기했다면, 매매계약이 유효라는 전제에서 “소유권이전등기 이행하라”는 소송 을 제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정명령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전 유동적 무효인 계약에서는 소 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결론이 이 미 나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필자는 매매계약 유효를 전제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가 아니라 유동적 무 효를 전제로 한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이행청구의 소’ 를 제기하게 되었다. 역시나 생소할 수밖에 없는 소송이었으므로, 필자 는여러법령과자료를검토하여 “반소피고(본소원고)는 반소원고(본소피고)에게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리 전1,176㎡에 대하여 2008.01. 매매계약에 따른 토지거 래허가신청절차를이행하라.”는청구취지를작성했다. 이미 채무부존재소송이 진행 중이었으므로, 별도 소송이 아니라 매도인이 제기한 소송에 결합하여 신속 히 분쟁이 해결되도록 반소를 제기했다. 제소명령이 있 는 관계로 검토를 오래 할 수 없어 반소장을 접수한 후 접수증명원을 받아 제소명령 사건을 접수, 제소명령에 따른 소송을 진행했음을 소원에 소명하였다. 다행히 변 론기일전보정명령없이무난하게소송이진행되었다. ┃ 법으로본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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