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4월호

억지쓰는매도인, 재판부 “그냥토지거래허가신청을하세요!” 소송의 사실관계는 전부 확정되어 있어 다툼이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준비서면 등 재판부에 제출할 서류는 없었지만, 김농부 씨는 변론기일이 열려 재판에 참석했을 때마다 꼬박꼬박 필자의 사무실에 들러 재판 경과를 상세히 전해주었다. 김농부 씨에 따르면, 첫 기일에 재판부는 “힘들게 소송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중도금까지 지급한 상황이 니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서 토지거래허가가 나오면 잔금을 지급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면 되고, 토지거래 허가가 안 나오면 계약이 무효이니 힘들게 재판할 이유 가 없다”면서, 매도인에게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하도록 권했다고 한다. 이는 필자가 반소장에서 분쟁의 간단한 해결을 위해 제시했던 방법이다. 재판부도 토지거래허가신청 을 하면 될 일을 복잡하게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 를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원고의 대리인이 무척 당황해하면서 “계 약이 무효이니 토지거래허가신청 없이 판결을 받고 싶 다”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재판부는 “그렇다면 심리는 하겠지만, 간단한 방법을 두고 복잡한 일을 할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므로, 당사자를 잘 설득해 보라”며, 다 음 기일을 지정하고 첫 변론기일을 마쳤다고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재판부의 판단이 옳았다.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해보면 다 해결될 일을 굳이 재판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할 경우, 김농부 씨의 임업후계자증명과 농지원부 등이 있으므 로 토지거래허가가 날 것이 명백하므로 임대인이 억지 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기일에출석한김농부씨는재판부에서 “원고 측이 재판을 통한 분쟁 해결을 원하니 심리한다”면서, 피고인 김농부 씨에게 “계약 당시 정황을 알 수 있는 자 료를 제출해 주면 재판이 빨리 끝날 것 같다”고 말하고 는다음기일을지정한후, 바로재판을마쳤다고했다. 김농부 씨가 재판부의 태도에 불안감을 내비쳐 필자는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증언서를 제출해 보자고 제안했다. 계약 경위는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 사가 제일 잘 알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며칠 후 김 농부 씨가 환한 얼굴로 공인중개사의 증언서를 가지고 나타났다. 증언서에는 김농부 씨가 처음 매도인을 만나 “젊 지만 농사가 적성에 맞아 농지를 취득하려 한다”고 농 지 취득 이유에 대해 말한 내용과 그에 대해 매도인이 “특이하다”고 말한 내용 등 당시 두 사람의 세세한 대 화 내용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동안 여러 분쟁에서 다양한 제3자의 증언서를 받아보았지만, 이렇게 자세히 기술된 증언서를 받아본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제3자의 증언서는 받아오는 것 자체도 힘들 뿐만 아니라, 분쟁 당사자의 마음에 맞는 자세한 증언서를 받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김 농부씨가이런증언서를받아왔다는사실이놀라웠다. “공인중개사가 엄청 화가 났더라고요. 중개사가 저와 짜고 비싼 토지를 헐값에 처분하게 했다면서 매 도인이 엄청 항의를 하고, ‘너도 같은 사기꾼 한패’라며 매도까지 했나 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제가 증언서를 써달라고 하니, 이렇게 당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적 어 주었지 뭐예요.” 분노는 열정의 원천인 법이다. 필자는 공인중개사 의진술서를서증으로제출했다. 그리고얼마후변론기 일이 열렸다. 재판부는 원고 대리인에게 “재판은 이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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