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4월호

100명의 사람이면 100개의 생각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하물며 사람마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라 지는 정치에 관해서야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내 생각은 언제나 옳고, 당신들의 생각은 언제나 틀리다’는 태 도로는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없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당신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서로 간에 이해와 소통이 가능하다. 그 것이 서로 다른 생각들의 공존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정치적 삶 은 서로 다른 다원적 인간들 사이에서 의 다양성을 전제로 한 의사소통 행위 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신념만이 옳다고 믿으며 정치를 적대와 증오의 감정으로 덮어버리는 광 경은 아렌트가 꿈꾸었던 정치적 삶과 는 거리가 멀다. 자기 신념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 해지면 아렌트가 말했던 의사소통 행위 는 불가능해진다. 이는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 공동체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움베르토 에코의 유명한 소설 『장 미의 이름』은 신념에 갇힌 인간이 불러 온 비극적 재앙에 관한 이야기다. 눈이 먼 늙은 수도사 호르헤는 전통적 교리 만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낡은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호르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 학』 2권, 희극 편을 수도원 장서관에 숨 겨놓고, 그 책에 접근하는 젊은 수도사 들을 한 명씩 살해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책에서 “웃 음은 우리 삶에 바람직한 것이며, 진리 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웃음을 악마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막상 정치의 결핍을 느끼 지는 않는다. 누구나 손에 쥔 휴대폰으로 뉴스를 접하는 시 대를 누리고 있다. 연령과 세대를 불문하고 정치 유튜브 방 송의 열렬한 시청자가 되었다. 누구를 지지하고 반대하든 저마다의 정치적 주장들이 차고 넘친다. SNS에라도 들어가 보면 사람들이 온통 정치에만 관 심을 갖고 사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과잉 정치화의 분위기마저 느껴지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 정치 무관심층의 문제보다 정치 고관심층의 문제가 한결 도드라 져 보인다. 사람들이 너무 정치에 과몰입되어 여러 부작용 이 생겨난다는 사회적 우려가 커진 지 오래다. 신념에 갇힌 인간이 불러온 비극적 재앙 우리는 왜 이렇게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참지 못하 는 것일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은 서로가 생 각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사람마다 철학과 가치관이 다르 고, 직업과 계층이 다르며 생활환경이 다르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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