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 vol.670 해가 다른 사람끼리 서로 원만하게 대화를 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런데 굳이 열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이, 사람들은 정치 적 견해에 관해서는 좀처럼 남에게 설득당하지 않는다. 아무 리 내 얘기가 옳음을 입증하려고 애를 써도, 다른 사람이 내 얘기를 듣고 생각을 바꾸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누구에게 나 자기가 믿는 것을 확신하는 확증편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 얘기는 너무 열을 내지 말고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공연히 좋았던 관계들을 해쳐 서로가 어색해지고 불 편해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지인들과 정치적 논쟁을 하는 것은 소모적인 감정 소비만 낳고 끝날 가능성이 99%다. 그런데 정치에 과몰입하는 사람은 종종 거칠고 사나 워지는 모습을 보인다. 평소에는 온순하고 예의 바르던 사 람이 정치 얘기만 나오면 과격해지고 거친 사람으로 달라 지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SNS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나 인격 모욕적 악플을 다는 사람도 머리에 뿔 달린 사람 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인 경 우가 대부분이다. 한 개인으로서는 너무도 멀쩡한 사람이 어째서 정치 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거칠어지는 것일까. 이는 정치가 갖는 집단적 속성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문제다. 정치에 몰입하는 경우들은 대체로 어느 한쪽 진영이 나 편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속한 편이 정의이니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반면에 상대편은 심판해야 할 악마로 여기는 선악의 이분법에 갇히게 된다. 여기에는 내가 속해 있는 편에 대한 집단적 우월의식 생각하는 호르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수도사들이 읽어서도 안 되고, 그 책이 세상으로 나가서도 안 된다고 믿 는다. 그래서 절대적 진리에 대한 호르 헤의 맹신이 수도원의 비극을 불러오게 된다. 결국 수도원 연쇄살인 사건의 살 해범이었음이 발각된 호르헤는 수도원 에 불을 지르고 최후를 맞는다. 불타버린 교회를 바라보면서 수도 사 윌리엄은 시종 아드소에게 말한다.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 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하느님의 진리에 대한 지나친 믿 음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죽어가게 만 든 호르헤는 ‘가짜 그리스도’였다. 윌리엄은 진리를 과신하며 진리를 위해 죽는 자를 경계하라고 했다. 진리 에 대한 집착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일이야말로 참된 진리임을 에코의 『장 미의 이름』은 말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도덕적 우월의식, 증오와 차별의 뿌리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서도 마찬가 지다. 이상하게도 정치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 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치적 견 정치에 몰입하는 경우는 대체로 어느 한쪽 진영이나 편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속한 편이 정의이니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신념은, 상대편을 심판해야 할 악마로 여기는 선악의 이분법에 갇히게 한다. 여기에는 내가 속해 있는 편에 대한 집단적 우월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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