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5월호

2023. 05 vol.671 나사장 씨와 주부임 씨는 부부다. 결혼 후 남편 나사장 씨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했는데,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고,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나사장 씨는 여 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당시 금융기관에서도 많은 대출 을 받았는데, 본인뿐 아니라 아내 주부임 씨 명의 혹은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출까지 해가며 자금을 쏟아부은 사업 체는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어려워졌고, 급기야는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그렇게 사업체가 쓰러지자 채권자들의 추심이 시작되었다. 부 부 사이에도 싸움이 잦아졌고, 결국 두 사람은 별거해 각자 생활하면서 연락마저 두절되었다. 남편과의 별거로 인해 주부임 씨는 더 이상 채권 자들에게 시달리는 일은 없었으나, 자신의 명의로 대 출받거나 연대보증한 채무는 변제할 책임이 있었다. 다 행히 금액이 크지 않은 일부 대출금은 변제했으나, 일 부는 채권자들로부터 제기된 소송을 진행하며 감당해 야 했다. 사업가 남편 채무의 연대보증인 아내에게 날아온 지급명령서 필자가 그런 주부임 씨를 의뢰인으로 만나게 된 것은, 2010년경 서류 한 장을 들고 황급히 필자의 사무 실을 찾아왔을 때였다. “법무사님! 법원에서 이런 서류가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쁜 숨을 내쉬며 주부임 씨가 내민 것은 지급명 령서였다. 내용을 살펴보니, 채권자는 ○○카드주식회 사, 채무자는 주부임 씨. 그리고 총 청구금액 7,238,833 원, 이 중 원금은 2,440,000원, 지연이자는 연 26%였 다. 일단 필자는 주부임 씨에게 차 한 잔을 권하고, 신속하게 사건번호를 검색해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는지 부터 확인해 보았다. 지급명령 접수는 2010.2.3., 주부 임 씨에게 송달된 것은 2.12.였다. 그런데 주부임 씨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2.27.자로 지급명령이 확정되어 있었다. 대신 지급명령정본은 아직 채권자에게 송달되 지 않은 상태였다. “보여주신 서류는 지급명령서인데, 지급명령에 이 의가 있을 경우에는 명령서를 받고 2주 내에 이의신청 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셔서 지 급명령이 확정되었네요. 이의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식으로 다투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주부임 씨는 그렇지 않아도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러 갔는데, 2주가 지났으니 전문가와 상의해 해결하 라고 해서 찾아왔다며,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다퉈야 하냐고 물었다. “지급명령서의 채무를 연체한 기간이 대충 보아 도 10년은 다 되어가니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면 승소 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만약 본인도 모르 는 변제 사실 등 다른 사실이 있다면 시효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그때는 결과가 어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급명령 내용대로라면 승소에 무리는 없었다. 그 럼에도 필자가 굳이 토를 단 것은 이전에도 주부임 씨 사건과 비슷하게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지급명령이 나 이행권고결정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진행하다가 극히 소액을 당사자가 변제한 기록이 나오면서 패소한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법무사님! 남편이 저 몰래 제 명의로 카드론을 쓴 건데, 제가 어떻게 알고 그걸 갚았겠어요? 절대로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필자의 말에 주부임 씨가 펄쩍 뛰었다. 주부임 씨 말대로 자신은 몰랐던 일이고, 그래서 소액이라도 변제 한 사실이 없다면 소송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필 자는 소장 작성을 수임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소장의 내용은 간단했다. 채권자인 ○○카드주식 회사가 상인(商人)에게 적용되는 5년의 소멸시효가 완 성되었음에도 지급명령을 신청했으니 변제 이유가 없 다는 주장이었다. 소장을 제출한 후 채권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결국 무변론으로 승소 확정되었 다. 법원에 출석 한 번 안 했는데, 승소해 채무를 변제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뻐해야 할 주부임 씨는 의외로 황당하다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1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