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5월호

직접 진행한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과 당혹스러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법무사님 소장을 참고해서 답변서, 준비서면을 제출했고, 소멸시효 완성 등 내용을 모두 써넣었는데, 왜 패소했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은 법원이 변호사나 법무사가 아니라고 무시한 것 같다며 항소하고 싶다고 했다. 는 반응이었다. 수많은 시간 애태우며 속을 끓이던 일 이 너무도 쉽게 종결되다 보니 외려 허탈해지는 모양이 었다. 필자는 이제 의뢰인들의 이런 모습에 익숙하다. 남편과 함께 찾아온 의뢰인, “청구이의에서 승소한 소장을 보고 싶어요.” 그렇게 사건이 종결되고 몇 년이 지나 사건에 대 한 기억도 흐릿해져 갈 즈음, 갑자기 주부임 씨가 한 남 성을 대동하고 다시 사무실을 찾아왔다. 몇 년 전 자신의 지급명령 사건에서 청구이의한 소장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어 필자는 당시 소장을 출력해 건넸다. “법무사님, 사실 이 사람이 제 남편이에요. 그동 안 별거하며 연락도 끊어졌다가 최근 다시 연락이 되 어 이제 같이 살기로 했어요.” 주부임 씨와 동행한 남성은 바로 나사장 씨였다. 주부임 씨는 말없이 소장을 건네는 필자에게 미안했던 지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남편이 자기 몰래 자신 을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돈을 빌렸던 채권자(△△은 행)가 최근 보증채무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번 소 송도 지난번처럼 쉽게 끝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제가 아내 모르게 연대보증서를 작성한 것이 사 실이기 때문에, 이를 주장하면 쉽게 승소할 수 있을 겁 니다.” 나사장 씨도 승소를 확신한다고 했다. 주부임 씨 는 최근 이행권고결정서를 송달받은 후 지난번 일이 기억나 재빨리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사건을 위임 하고 싶지만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지난번 필자가 작성한 소장을 참조해 직접 소송을 진행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소장의 내용이 간단해 자신도 할 수 있 겠다며, 남편이 파산 결정까지 받았으니 더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긴 내용을 압축해 단 순화하는 것이 바로 전문가의 실력이라는 것을 주부임 씨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증채무소송 직접 대응했다 패소, 다시 찾아와 그렇게 두 사람이 돌아가고 몇 달이 흐른 어느 날, 주부임 씨 부부가 또다시 사무실을 찾아왔다. 소송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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