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5월호

하게 업무를 맡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해서 아직은 직원 없이 혼자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사무원도 할 수 있냐 없냐로 논란이 일고 있는 본 직 본인확인을, 저는 강제로 하고 있어요(웃음).” 최근 경기침체로 업무량이 급감하면서 법무사사 무소도 1인 체제가 많아졌다. 정 법무사도 사무원 없이 혼자서 최대한 업무를 전자화하고 촘촘히 스케줄을 관리하며, 너무 한가하지도 바쁘지도 않게 업무를 조 정해 일하고 있다고 한다. ‘동네 법무사’라고는 하지만, 많고 많은 동네 중에 왜 하필 이곳 경기도 시흥시에, 그것도 이렇게나 깊숙 한 동네에 개업해야 했는지 궁금해졌다. “처음에는 이 근처 합동사무소 소속으로 일했는 데, 얼마 후 합동이 해체하면서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 어요. 소속 변경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어떻게든 경 기중앙회 권역에서 일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중에 마침 이 사무실이 싸게 나와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배수진의 선택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잘한 것 같아요.” “하필 이 동네?”의 이유에 특별한 스토리는 없었 지만, 한 번이라도 일을 맡긴 고객 중 단골이 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는 정 법무사가 취업 아닌 개업을 선택 한 것은 필연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필자도 이제 세상의 때가 많이 묻은 탓인 지, ‘일 잘하고 혈기 왕성한 젊은 법무사가 이런 작은 동네의 법무사로 살며 만족하기에는 좀 아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 을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앞으로 관할 제한이 없어진다면 마음 맞는 법무사들과 전국적 인 합동사무소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지금처 럼 동네 주민분들이 편한 추리닝 차림으로 슬리퍼 신고 찾아와 부담 없이 일상 이야기도 나누면서 편하게 업무 를 맡길 수 있는, 동네 법무사가 딱 제 적성에 맞습니다.” 우문현답, 아니 속문현답(俗問賢答)이었다. 저만큼 법무사가 적성에 잘 맞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추리닝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마실 가듯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동네의 법무사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 가면 젊고 훈훈한 법무사가 반갑게 맞아주고, 법률 고 민에 대한 친절하고 전문적인 상담으로 믿고 사건을 맡 길 수 있는 곳. 굳이 법률상담이나 사건 위임이 아니더 라도 음료수 한 병 사 들고 찾아가 이런저런 사는 이야 기를 나누며, 이웃의 정을 쌓을 수 있는 동네 사랑방’ 요즘 새로 방영하는 드라마의 시놉시스인가 싶지 만, 사실은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의 작은 동네에 실제 로 개업 중인 법무사사무소의 풍경이다. 주인공은 바로 정해민 법무사(경기중앙회). 1989 년생, 올해 34세로 2019년 개업한 정 법무사는, 법률 수요가 많은 법조단지보다는 동네 주민들과 어우러져 일할 수 있는 지금의 ‘동네 법무사’가 자신의 적성과 잘 맞단다.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법률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 지금 자신의 모습이고, 자신이 평소 추구하는 사무소 운영 방식이라는 정 법무 사는, 요즘 젊은 세대답게 기호가 분명하고 자신의 욕 구와 욕망에도 솔직하다. 그럼 지금부터 찐 MZ세대의 매력을 고스란히 지 닌, ‘동네 법무사’ 정해민 법무사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추리닝에 슬리퍼 신고 마실 오듯 찾아가는 법무사 사무소 지난 4월 13일(목), 지도 앱에서는 북시흥 자락의 서해선(전철) 신천역에서 하차해 언덕길을 올라가라고 되어있지만, 동네를 돌고 돌아 한참을 헤맨 끝에야 한 신축아파트 후문 바로 앞 건물에서 노랑 바탕에 검정 글씨로 시원하게 쓰인 “법무사 정해민” 사무소의 간판 을 찾을 수 있었다. ‘동네 사무소’라고 하더니 정말로 동네 깊숙이 자 리한 곳이었다. 6층으로 올라가니 5평 남짓 단출한 사 무실에 정 법무사 혼자서 일하고 있었다. “제가 성격상 (꼼꼼해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 ┃ 법무사 시시각각 법무사가 사는 법 47 2023. 05 vol.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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