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6월호

2023. 06 vol.672 소송이 진행되면 법원은 가급적이면 당사자들 간 의 합의로 분쟁이 종결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조정이나 화해를 많이 권하게 되는데, 조 정·화해가 성립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분쟁의 빠른 종결이라는 이점이 있는 것은 확 실하다. 그러나 조정에 있어 당사자들이 당연히 조정 결 과에 따라줄 것으로 생각해 조정조항을 명확하게 하 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로 인해 분쟁이 발생하게 되 면 그 해결이 무척 어려워진다. 보석 판매업을 하던 김채권 씨가 바로 그런 경우 였다. 그는 2014년, 거래하던 법인과 물품대금청구소 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인대표자를 조정참가인으 로 하여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조정 결과대로 이행이 되지 않아 포기하 고 있던 중, 우연히 법인 대표의 부동산을 발견해 경매 신청을 하려 했으나 조정조항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집행문 발급이 거부되었고, 그는 그길로 필자의 사무 실을 찾아왔다. 불명확한조정조항, 채무자부동산강제경매는산넘어산 필자는 김채권 씨에게 집행문 발급이 거부되었다 는 조정결정문을 건네받아 읽어 보았다. 조정결정문의 조정조항은 총 3개였는데, 아래와 같은 취지였다. • 제1항 : 피고는 일정 금액을 김채권 씨에게 분할하 여 상환하며, 이를 지체할 경우 일시불로 전액 상환 한다. •제2항 : 김채권씨는일정한의무를부담한다. • 제3항 : 조정참가인은 1항을 승인하며, 피고와 함께 책임지고이행한다. 여기서 피고는 법인이고, 조정참가인은 법인의 대 표이사다. 김채권 씨는 조정조항 2번에 해당하는 자신 의 의무를 이행했으나, 피고가 조정안대로 채무를 변 제하지 않아 무척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조정참가인이 소유부동산을 다른 사 람에게 근저당권 설정을 해 주었다는 말을 듣고, 조정 참가인의 부동산을 파악해 위 소송을 위임했던 법률 사무소에 조정참가인의 부동산에 대한 경매를 의뢰했 는데, 어이없게도 집행문 발급이 거부되었다며 다시 소 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채권 씨는 필자를 찾아오기 전 여러 법률사무 소에서 상담을 받아보았으나, 서로 하는 말이 달라 누 구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면서, “다시 소송한다는 것 도 이상하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가 있으니 우 선 부동산 가압류부터 하고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다. 필자는 이런 유형의 사건을 처음 맡아보는지라 약간은 망설여졌지만, 처음이 없는 사건이 어디 있겠나 싶어 사건을 맡기로 하고, 부동산 가압류 신청서의 작 성을 시작했다. 신청이유에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가 있으 니 채무 발생은 명백하지만, ‘피고와 함께 책임지고 이 행한다’라는 조정조항의 의미가 불명확해 집행문 발급 이 거부되었다”라고 사실을 적시한 후, “(그에 대한) 해 결책이 명백하지 아니하여 시간이 걸리므로 가압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에서는 김채권 씨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즉, 집행권원이 있는 상태에서 보전처분인 가압류를 신 청하자, 조정참가인이 조정에 참가한 이유와 거래내역 을 제출하라고 보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조정참가인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상 피고 인 법인의 대표이사로서 피고 주식회사는 사실상 개인 회사와 마찬가지라는 사실, 그리고 거래명세표상 변제 해야 할 금액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에서 지급하 기로 한 금액보다 많으나 김채권 씨가 일부 채권을 포 기하고 분할상환을 받기로 하여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이 성립된 것이라는 점을 소명했다. 결국 법원은 가압류 결정을 했는데, 필자가 기대 했던 것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 법으로본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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