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6월호

용해 아예 한국 땅에서 쫓아내려 위와 같은 이혼 사건 을 진행한 것으로 보였다. 02 추후보완항소의제기, 최선을다한항소장작성 그녀의 딱한 사정을 모두 들은 필자는 사건을 맡 기로 하고, 수어 통역사와 수시로 통화하며 그녀(의뢰 인)의 퇴근 이후나 주말에 같이 만나 법적인 대책을 상 의했다. 그 결과 우선 가정법원에 남편의 일방적인 이 혼소송에 대한 추후보완 항소를 제기하고, 출입국관리 소에 아직 이혼 재판이 진행 중에 있으므로, 결혼비자 의 만료를 보류해달라는 청원을 해보기로 했다. 추완항소는 그 사유를 안 날부터 2주 이내에 항 소장을 제출해야 하는데, 의뢰인과 의사소통이 원활하 지 않아 애를 먹었다. 중간에서 교우가 수어 통역을 해 가며 우여곡절 끝에 2월 말 기한일에 맞춰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었다. 필자는 민사사건의 추완항소는 많이 해보았으나, 가정법원에 추완항소장을 제출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었다. 추완항소가 인용되지 않는다면, 의뢰인이 한국 에서 추방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어려움 속에서도 필자는 최선을 다해 항소 장을 작성했다. 항소장에서는 이 이혼 사건에 관하여, 의뢰인은 책임질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로 항소기간을 도과하였 음을 주장하고, 의뢰인과 남편은 최근까지도 서로 문 자나 화상통화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으나 남편은 이 과정에서 전혀 재판상 이혼 청구 사실을 알리지 않았 다는 점을 통해 남편이 고의로 의뢰인 모르게 재판을 진행하였음을 재판부에 호소하였다. 또한, 남편이 의뢰인의 불안정한 국내 신분을 이 용할 목적으로 공시송달제도를 통한 재판을 진행한 사 실을 자세히 설시하고, 의뢰인은 남편의 폭행과 학대로 부터 피신해 있느라 당시 소장 상의 송달장소에 거주 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법원으로부터 이혼소송과 관련 한 어떠한 우편물도 수령하지 못한 채 공시송달로 판 아 필자는 보다 구체적으로 사건의 전후 상황을 들어 보기로 했다. 그녀는 2009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단기 결혼 이민비자(F-6)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결혼이주여성이 었다. 결혼 후 그녀는 장난감을 만드는 완구공장 관련 부업을 했는데, 성실성을 인정받아 2018년부터 완구공 장의 정식 사원으로 채용되어 현재까지 노동자로 일하 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결혼 얼마 뒤부터 폭행과 학대를 시작했는데, 날로 정도가 심해져 2020년 무렵 부터는 그녀가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 와 피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청각장애 2급인 장애인 으로 의사표현과 사회생활이 다소 불편한 그녀였기에 연고가 없는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든 참고 지내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했으나, 결국 2022년 남편의 폭력을 피해 밖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가출하고 그해 5월, 남편은 그녀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 청구를 가정법원에 접수하였다. 그녀의 주소지와 남편의 주소지가 동일해 소장부본이 계속 같 은 주소지로 발송되자 ‘수취인불명’으로 송달 보고되 었고, 같은 해인 2022년 8월, 공시송달 명령으로 이후 소장부본, 변론기일 소환장, 준비서면 부본 등 모든 소 송 관련 서류의 송달이 공시송달로 처리되었다. 결국 공시송달에 의한 재판상 이혼청구 사건으로 진행되어 소송은 남편의 승소 판결로 종결 확정되었다. 남편은 이 판결문으로 구청에 단독 신고하여 행정상 이혼 처리까지 완료되었다.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장애인으 로서 남편만 믿고 머나먼 타국인 한국에 와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살기를 소망하였으나,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는 못 했다. 단기 결혼이민비자로 매년 체류 연장을 해왔던 이유다. 그렇게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착해 살려고 노 력했건만, 그러한 희망과 기대를 짓밟은 남편의 행동에 는 다분히 의도성이 보였다. 의사소통도 어렵고 도움받 을 곳도 없는 처지인 그녀의 신분상 약점을 이용해 그 녀 몰래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고, 공시송달제도를 악 57 ┃ 현장활용실무지식 나의 사건수임기 2023. 06 vol.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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