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6월호

다음으로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 을 정리했다. 먼저, 원고는 이혼 사유를 피고의 ‘가출’ 로 들었으나, 피고는 남편의 폭력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견디다 더는 버티지 못해 2022년 초 피신을 위해 집을 나온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이혼 사유 인 가출은 이유 없고, 단지 폭력으로부터 피난 상황이 라는 점을 입증해 주장했다. 또, 원고는 이혼 사유로 피고와의 ‘연락두절’을 들 었으나 이 역시 이유가 없음을 주장했다. 필자는 의뢰 인을 통해 원고와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수화를 사용 했고, 전화할 때도 영상통화로 수화를 했으며, 카카오 톡 등을 통한 문자도 사용했음을 듣고, 원고의 폭행으 로 피신해 있던 피고가 2019년 말부터 최근까지도 원 고와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영상통화나 문자메시지 내 용, 전화 통화내역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던 것이다. 그리고 원고는 피고의 불안정한 신분상 위치를 악용한 보복 감정으로 재판상 이혼 청구를 한 것으로, 이는 피고를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어 자신의 지배하 에 둠으로써 앞으로 어떠한 항거도 못 하도록 만들어 혼인 생활을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점과 유책 배우자 인 원고가 이혼을 청구한 것은 명백히 위법하고 부당 하다는 점 또한 강력히 주장하였다. 이렇게 항소이유서를 잘 정리하여 제출했으나, 여 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법원이 제시한 제출 기한이 다 되어서야 겨우 의뢰인과 연락이 되어 수어 통역사도 없이 예전에 수어 교실에서 같이 공부 이 과정에서 원고의 폭행 및 학대 사실과 그로부 터 피고의 피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의뢰인의 진술을 통해 증거자료를 수집해 나가야 했다. 먼저, 피고는 공사 현장에서 건축일을 하던 원고 와 2009년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그 런데 혼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는 피고가 일해서 번 돈에 대해 왜 고국의 가족에게 송금하느냐며 트집 을 잡고 폭행과 학대를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그 정도가 심해져 발로 복부를 차 는 등 무자비한 폭행을 일삼았고, 전신에 타박상을 입 은 피고가 실신해 가정폭력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 치료를 받는 일도 있었다. 필자는 당시 병원 의무기록 사본을 입수해 항소 이유서에 2011년 피고가 신경외과, 정형외과, 외과 등 에서 각각 치료를 받은 사실을 적시했다. 그러나 원고의 폭행과 학대는 그칠 줄 모르고 지 속되었다. 2014, 2016, 2019년 등 수 차례에 걸쳐 가정 폭력으로 인해 경찰이 출동했다. 피고는 원고가 조사 받는 동안 경찰의 도움으로 잠시 피신해 있기는 했으 나 타국에서 아는 이 하나 없이 의사 표현도 원활하지 않았던 농아인인 피고는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폭행과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와 피 신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필자는 이러한 정황에 대해 증 명할 수 있는 증거로 당시 병원 진료비 납입 확인서 및 진료비 상세 내역서 등을 확보해 항소법원에 제출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면서 열심히 일해 고국에 있는 가족도 부양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원했던 의뢰인에게 가정폭력을 일삼다 이혼 절차를 통한 보복으로 강제 출국 위기로까지 내몬 남편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의뢰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9 ┃ 현장활용 실무지식 나의 사건수임기 2023. 06 vol.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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