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 남아서 인간관계와 마음 경험의 질에 영향을 미치 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한국인의 인간관계 원형이 ‘가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모, 삼촌, 할아버 지, 할머니, 언니, 누나, 형, 오빠…. 한국인들의 상호호 칭은 지역 공동체에서 만날 수 있는 이들의 호칭보다 훨씬 가까운 관계에 한정되어 있다. 이른바 직계가족 호칭이다. 다시 말해, 한국인들은 타인들과 가족의 관계를 맺는다. 물론 실제 가족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가 족 호칭으로 부른다는 것은 그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 들인다는 의미다. 문화심리학에서는 한국인들의 이러 한 대인관계 양상을 ‘가족 확장성’이라 칭한다. 가족 안에서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 관계의 질 과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의 오지랖은 유명하 다. 오지랖이란 윗옷의 앞자락을 뜻하는 말로, 오지랖 이 넓다는 뜻은 남의 일에 지나치게 참견한다는 뜻으 로 사용된다. “공부는 잘 되고?”, “원서 어디 넣었니?”, “결혼은 언제 할 거야?”, 명절 때마다 미혼 취준생들을 괴롭히 는 친척들의 오지랖부터 무슨 차를 타는지, 연봉은 얼 만지, 애들 학원은 몇 개 보내는지 등등 인터넷에는 주 변인들의 오지랖으로 괴로워하는 사례들이 넘쳐난다. 이렇게 한국인들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하면 꼭 우리나라만 그런 거냐고, 사람들 사는 거 다 비슷하다 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으니까 그 렇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이 문화의 시대에 사람들은 문화심리학자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것도 한국인 심리를 연구해온 ‘토종’ 문화심리학자의 말을. 본질적으로한국인의인간관계원형은 ‘가족’이다. 이모, 삼촌, 할머니, 언니, 오빠, 형…. 한국인들의상호호칭은훨씬가까운관계에한정되어있다. 이른바직계가족호칭이다. 한국인들은 타인들과가족의관계를맺는다. 실제가족은아니지만, 그사람을가족으로받아들인다는의미다. 다음 중 식당에서 일하는 나이 든 여자분을 부르 는 말은 무엇일까? ①저기요, ②사장님, ③이모, ④종업원 모두 가능하겠지만,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말은 ③번, 이모다. 식당 종업원뿐만이 아니다. 광고에 도 나온 ‘사입삼촌’이란 말은 소매점을 대신해 의류 등 을 대신 매입해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많은 양의 옷을 날라야 하기 때문에 보통 젊은 남자가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부르는 호칭이 사입 ‘삼촌’이다. 한국인들은 나이 많은 여성은 ‘이모’, 나이 많은 남성은 ‘삼촌’이라 부른다. 나이 차이가 더 많이 나서 두 세대 이상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통이고, 몇 살 차이 안 나는 동년배 사이에는 ‘형, 누나, 언니, 오빠’가 보통이다. 자신의 가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서로 가족 호칭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인의인간관계원형은 ‘가족’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과거 인간관계 양상에 있다. 한국의 전통 사회는 씨족을 중 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였다. 한 개 또는 두세 개의 성 씨가 한 마을에 모여 살았고, 마을의 구성원들은 대부 분 친척이었다. 근처 동네로 시집 장가를 간 친척이 있으면 그 동 네 사람들과도 인척 관계가 되니 한 지역 사람들이 거 의 다 친족인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상호호칭과 인간관계를 규 정해 온 지역공동체는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거의 붕괴했지만, 서로를 친족 호칭으로 부르던 습관은 여전 ┃ 슬기로운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69 2023. 06 vol.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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