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정도로알수있는일본과한국의문화차이 일례로,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처럼 심하게 참견하 지 않는다. 일본인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주 장을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타인에 게 민폐 끼치는 일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를 ‘메이와쿠(迷惑, めいわく)’라 한다. 즉, 일본인들 은 민폐가 될까 봐 다른 이들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사례가 있다. 일본인과 결혼하여 일본 에 20년 이상 거주하신 여성 A 씨의 이야기다. 일본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A 씨는 친절한 이웃 집 아주머니와 친해졌다. 어린 나이에 타국에 시집온 A 씨는 곧 이웃집 아주머니를 친정어머니만큼이나 따 르게 되었다. 둘은 서로의 집에서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함께 하 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한 시간만큼이나 친분 도 깊어졌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A 씨는 장을 봐 오 던 중에 잠시 차나 마실 겸 아주머니댁에 들렀다. 곁눈으로 A 씨가사온물건들을살피던이웃집아 주머니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멈추 는 것이었다. A 씨는 집에 돌아와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A 씨가음식재료를잘못사온것이었다. 이웃집 아주머니는 A 씨가 잘못된 재료를 골랐다 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 A 씨의 마음 을 상하게 할까 봐 입을 열지 않은 것이다. A 씨는 자신 이 ‘친정엄마’처럼 믿고 따르는 아주머니가 그런 얘기 마저 해주지 않았다는 것에 섭섭함과 배신감마저 느꼈 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는 한국과 일본의 전형적인 대인관계 방식이 잘 드러나 있다. 상대를 가족(친정어머니)처럼 생각해 참견하지 않은 걸 서운하게 생각하는 한국과, 혹시라도 폐가 될까 봐 서로의 거리를 최대한 유지하 는 일본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에서 남의 일에 참견하 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중국의비에관시엔스, “남의일에관여하지말라” 중국도 마찬가지다. 워낙 땅도 넓고 사람도 많아 서 중국인은 어떻다고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중국인들의 문화적 행동유형이 구분되 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 눈에 가장 잘 띄는 중국인들 의 행동양식은 바로 ‘누구의 눈치도 안 본다’는 점이다. 쉬운 예로, 거리에서 떡 진 머리에 아무 옷이나 걸쳐 입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동양인 이 있다면 중국인일 가능성이 크다. 또, 누가 쓰러져 있어도 못 본 척 지나가거나 다른 나라의공공장소에서무질서한행동을일삼는 (일부) 중 국 관광객들의 행동 역시 남에게 참견하지 않고, 참견받 고싶지않는중국인들의심리가반영된것으로보인다. 이런 태도는 중국의 ‘비에관시엔스(別管閑事)’라 는 가치와 관계가 깊다. 비에관시엔스는 말 그대로 ‘남 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이다. 대륙의 한복판에서 수많은 세력들이 일어나고 저 물어 간 까닭일까. 함부로 남의 편에 서다가 잘못되는 사례를 많이 경험했던 탓인지 중국인들은 자신에게 이 익이 되지 않는 일에는 되도록 관여하지 않는 습관이 뿌리 깊다. 한국인들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 이유는 ‘남 일 같 지 않아서’다. 사고 현장에서 현장을 수습하거나 다치 거나 위급한 사람을 구해낸 사람들의 말에는 공통점 이 있다. “우리 아버지 같아서요.”, “우리 할머니 같아 서요.”, “우리 조카 같아서요.” 등등. 남을 남이 아닌 가 족으로 생각하기에 (일부) 한국인들은 그 위험하고 귀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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