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爐冬扇(하로동선)」은 김시우 감독이 연출하고, 서진원 등이 출연한 영 화로 2022.3. 개봉하였다. 1977년 선거에서 낙선해 등산과 낚시로 소일하던 전 직 정치인들이 영화 제목과 같은 이름의 식당을 개업하고, 3당 합당 반대와 3 김 청산을 주창하면서 각자 정치의 길을 간다는 내용이다. 1980년대 서울 강남에 이 영화 내용과 비슷한 사연을 가진 창업주들이 ‘하로동선’이라는 식당을 개업했었는데, 유명 서예가의 글씨를 사용한 것 같은 간판이 참 멋있었다. ‘쓸모없는 것이나 참으면서 후일을 위해 준비한다’는 뜻으 로,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 고급 한우 전문점이라고 보도하는 신문기 사를 읽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본 일이 없으나 영화의 내용대로라면 문을 닫 았을 것이다. ‘하로동선(夏爐冬扇)’은 후한(後漢)의 학자 겸 사상가인 왕충(王充)이 저서 『논형(論衡)』에서 “이로울 것이 없는 재능을 바치고 보탬이 되지 않는 의견을 내는 것은, 여름에 화로를 바치고 겨울에 부채를 드리는 것과 같다.”고 한 것에 서 유래한다. 이후로 흔히 쓸모없는 물건이나 시절 인연을 잘못 만난 사람, 또는 현실과 거리가 먼 의견 등을 제시할 경우에 사용하는 관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장자는 “모두 유용의 쓰임은 알지만, 무용의 쓰임은 알지 못한다(無用之用).”고 하면서 무용의 유용함을 주장하였다. 현실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여름에도 화롯불로 젖은 것을 말릴 수 있고 겨울에 추운 몸을 녹이려 꺼져가는 불을 부채로 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가성비에 차이가 있을 뿐, 무용하고 불필요한 것 은 없음을 알겠다. 쉼 없이 변해가는 법과 제도를 벗 삼아 지내 온 제법 긴 세월을 돌아보면, 쉽게 버린 많은 것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있다. 소용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때가 되면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텐데, 그 순간 너무 조급하고 각박하게 처신 하였음을 반성하게 된다. 나에게 오고 가는 모든 것들은 인연에 따른 것인데, 애써 거부하거나 잡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는 여름은 무척 덥고 비가 많을 것이라 하고, 벌써 절기가 망종(芒種)이 니 여름이 눈앞이다. 지난해 겨울에 선풍기 하나를 구했으나 쓸모없어 창고에 두었다가 꺼내어 돌려본다. 겨울에 산 선풍기가 여름 동안 큰 노력(冬扇夏勞, 동 선하로)을 한다면, 때를 잘 만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일 거다. 편집위원회 Letter 하로동선 (夏爐冬扇) 권중화 ● 법무사(서울중앙회) 본지 편집위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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