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vol.673 소크라테스를읽으며인간의자기성찰과좋은삶에 대한의지를배웠고, 니체를읽으며시련을이겨내는 인간의강인함을생각했다. 푸코를읽으며자기를 배려하는삶의의미를생각했다. 카프카와루쉰을 읽으면서는나와비슷하게경계인의삶을사는 주인공들을동지처럼반갑게만났다. 책속에서 만난많은사람들이내친구가되어주었다. 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래전에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계속 공부를 하지는 않고 방송과 매체들을 통한 시사평론을 주업으로 해왔다. 그래서 학교를 마친 이후로는 그다지 많은 독서를 하지는 못했다. 말만 박사였지 공부를 계속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은 50대 중반 무렵부터였다. 내가 하던 방송 시사평론은 정권 이 바뀔 때마다 외풍을 타곤 했다. 시사평론가는 어느 한 진영의 편이 될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를 성역 없이 비판하 는 것이 책임윤리라고 생각했기에 양쪽 진영 모두로부터 미 움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오랜 세월 생업이었던 방송활동이 끊기다시피 했던 일들로 이어졌다. 그때 나는 본격적인 책 읽기를 몇 년 동안 했던 경험이 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인데, 어 째서 외부의 정치적 상황들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려는가 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내 힘으로 나를 지켜야 한 다는 결론으로 내린 선택이 독서실로 가서 책을 읽자는 것 이었다.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나를 도와주리라는 헛된 기대 를 하지 말고, 세상의 이런저런 일들이 나를 흔들어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강한 힘을 키우자고 마음먹었다. 환멸 만을 낳은 채 나의 굴복을 강요하는 세상, 그로부터 단절된 곳에서 지내는 자발적 고독을 선택했다. 강요받은 고독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스스로 택 한 고독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소설가 장강 명 작가가 「흥미로운 중년이 되기 위하 여」라는칼럼을썼다. 글의한단락이다. “다른 경험들이 독서를 대신할 수있을까. 내게는걷기운동으로코어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는 소리만큼 전망없게들린다. 한 업계에서 20년 정도 일하면 부장급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것 같 다. 그 이상을 원하면 정신에 꾸준히 간접 체험과 지적 자극을 공급해야 한다. 나는 독서 부족이 노년에 마음 의 병을 일으킬 거라 믿는다. 삶이 얄 팍해지는.” - 『중앙일보』 2023.5.10.자 그러면서 장 작가는 “중년들이여, 책을 읽자”고 했다. 인생의 풍파가 어떤 것인가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속에서 자기 삶을 견디고 지켜내는 ‘삶의 근육’ 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SNS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시비 를 거는 사람도 눈에 띄었지만, 장강명 작가의 얘기는 중년과 장년 세대의 공 감을 얻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독서가삶을 두텁게만들어줄수있을까? 그런데 독서가 삶을 두텁게 만들 어 줄 수 있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너무도 의례적이고 교과서적인 얘기는 아닐까. 살면서 겪어보니 사실이었다. 장강명 작가의 말에 공감하는 이 유는 나의 개인적 경험과도 일맥상통했 ┃ 법으로본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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