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7월호

학 공동체로 강의를 들으러 다니며 배 움의 시간들을 가졌다. 읽어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서들 때문에 인터 넷 강의들을 수강하기도 했다. 시련을이겨내는 마음의근육을만들어준독서 그냥 책만 읽으면서 그 기간을 보 낸 것은 아니었다. 공부를 하면서 혼자 만 알고 있기에는 내용이 너무 좋아, 몇 권의 인문학책을 써서 출간하기도 했 다. 여러 곳에서 관련된 인문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 내가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느끼 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사람들과 공 유하고 싶었다. 돌아보면 평생 시사평론 을 하던 사람으로서는 색다른 인생 여 행이었던 셈이다. 그 몇 년간 했던 인문학 공부들은 그 뒤 내가 여러 글을 쓰는 데 더 깊고 넓은 사유를 갖도록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 외로웠던 시절 동네 독서실 에 박혀서 공부에 몰두했던 시간은 이 후 나 자신의 삶에 큰 힘이 되었음을 실 감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었던 시간은, 시련을 마주 보며 견 뎌내는 힘을 키워줬음을 나중에야 실 감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얼마 뒤에 갑 작스럽게 뇌종양 진단을 받고 서둘러 수술을 했다. 수술은 잘 되었지만, 워낙 위험한 곳의 뇌 신경들을 건드렸기에 후유증도 심각해서 생사의 고비를 넘 그래서 수험생들이 다니는 동네 어느 독서실에서 3년 동안 연간 회원권을 끊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수많은 책 을 읽었다. 독서실에서 고등학생들이나 수험생들과 섞여서 공부 하는 아저씨가 된 내 모습은 평생 상상해본 일이 없었다. 무슨 수험서를 놓고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하는 것도 아 니었으니, 아마 어린 학생들은 대체 무엇 하는 아저씨인가 궁금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많이 읽었던 책이 주로 철학, 문학, 예술 등 인문 학 관련 책들이었다. 소크라테스를 읽으며 인간의 자기성 찰과 좋은 삶에 대한 의지를 배웠고, 니체를 읽으며 시련을 이겨내는 인간의 강인함을 생각했다. 푸코를 읽으며 자기를 배려하는 삶의 의미를 생각했다. 카프카와 루쉰을 읽으면서는 나와 비슷하게 경계인의 삶을 사는 주인공들을 동지처럼 반갑게 만났다. 세상은 쳐 다보고 싶지 않게 되었지만, 대신 책 속에서 만난 많은 사 람들이 내 친구가 되어주었다.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로 방송 생활만 하느라고 하지 못했던 공부를, 엉뚱한 사연으로 뒤늦게 몇 년 동안 하게 된 셈이었다. 혼자서 하기 어려운 난해한 철학 공부들은 멀리 인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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