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7월호

이상의 지식으로는 연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바람직 하다고 할 수 없다. 오늘의 주제인 ‘우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 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는 개개인의 개성 을 말살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집단주의 문화의 산 물로 개인을 존중하지 않고 집단에 맞출 것을 요구하 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이다. ‘우리’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집단주의에 대한 오 해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문화로서의 집단주의는 대단 히 오해가 많은 개념이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거트 홉스테드가 처음으로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개념을 제안할 때만 해도 집단 주의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인식’이 있는 문화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집단 은 국가도, 정당도 회사도 아닌 단지 가족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개념이 언제부터인가 서양과 동양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언급되면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에는 서양과 동양에 얽혀 있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덧 붙기 시작했다. 그것도 서양의 관점에서. 따라서 현시점에서 개인주의는 개인의 독자성과 개성, 유능성을 강조하고 개인의 표현과 창의성을 조 장하는 ‘좋은’ 문화로, 집단주의는 개인을 집단의 틀에 넣고 개성을 잘라내고 표현을 억압하는 ‘나쁜’ 문화라 는 의미를 갖게 되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이해다. 애초에 ‘좋은 개인주의’ 대 ‘나쁜 집단주의’ 도식 자체가 서양은 무조건 옳고 동양(비서구)은 무조건 미 개하다는 식의 제국주의 시절의 인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거니와 그런 편협한 인식을 무비판적으 로 받아들이고 확대 재생산하는 동양의, 한국의 사람 들에게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인의 ‘우리’에대해부정적인인식이많다. 가장대표적인것이 ‘우리’는개개인의개성을말살한다 는것이다. ‘우리’는집단주의문화의산물로개인을존중하지않고, 집단에맞출것을요구하기때문 에나쁘다는것인데, ‘우리’에대한이러한평가는집단주의에대한오해에서비롯된생각이다. ‘우리’는 외국인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한국어 중 하나다. 우리나라, 우리 학교, 우리 회사 같은 용법은 그러려니 하지만 ‘우리 아들’이나 ‘우리 아내’쯤까지 가 면 순식간에 의혹 어린 눈초리로 바뀌게 된다. ‘우리 아 내’를 영어로 옮기면 ‘our wife’라는 윤리적으로 심각 한 문제가 생기는 의미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외국인들과 대화 중 가끔 발생하는 이런 해프닝 은, 우리의 ‘우리’가 갖는 문화적 독특성 때문이다. 우 리는 ‘우리’라는 말을 자주 쓰기 때문에 우리의 ‘우리’ 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잘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언어에도 ‘우리’에 해당하는 말은 있다며, 한국인의 ‘우리’라고 특별한 건 없다고 말 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한국인들은 ‘우리’라는 이름 으로 사람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며 ‘우리’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을 배척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인의 ‘우리’ 문화, ‘나쁜집단주의’ 규정은문제 다른 나라에도 ‘우리’에 해당하는 말이 있으니 우 리의 ‘우리’에 특별한 것이 없다는 주장은 언어와 문화, 문화와 마음의 관계에 대해 잘 모르고, 또 알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다. 이들은 “세상 사람 다 똑같다”며 인류 보편론을 펼치지만 그러한 태도로는 세상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문화적 현상에서 자주 발견되는 또 하나의 태도 는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특히 한국의 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은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태도인데, 이러한 태도 역시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잘못되었다’ ┃ 슬기로운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75 2023. 07 vol.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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