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7월호

집단상황에서일어나는 ‘몰개성화’, ‘탈개성화’ ‘우리’는 나 자신을 포함하여 나와 관련 있는 무 리를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내가 속한 모든 집단은 ‘우 리’가 될 수 있으며, 내집단 구성원 모두가 ‘우리’ 관계 를 형성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한국문화뿐만 아니라 보편적으로 모든 문화에 존재하며, 한국어의 ‘우리’에 해당하는 단 어 또한 대부분의 언어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문화에서 ‘우리’라는 말은 ‘we’라는 말이 영어권 사람에게, ‘wir’가 독일인에게, ‘наш’가 러시아인에게, ‘오레타치’나 ‘와레와레’가 일본인에게 의미하는 것보다 ‘한국적인’ 의미, 한국적인 행위 양식 들과 관련되어 있다. 각 문화권의 ‘우리’는 문화의 산물 이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에서의 ‘우리’의 의미는 ‘우리’라는 말의 일상적 쓰임새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끼리’라는 표현 은 서로 간의 친밀하고 독특한 관계를 암시하는 것으 로 상호 친밀감을 고조시키거나 어떤 것에 대한 배타 적 공유의식을 확인시키는 뜻으로 사용된다(예, “우리 끼리 얘긴데...”). 또한 “우리 사이에 네 것 내 것이 어디 있느냐”라 든가, “우리 사이에 그렇게 따지면 섭섭하지”라는 표현 은 우리란 분리될 수 없는 일체이며, 우리에서 분리되 는 것은 ‘우리’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임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상호관계에 대한 기대가 실제와 어긋날 때 사람들은 “우리 사이에 어떻게 그럴 수가…”라는 표 현으로 기대가 깨어진 것에 대한 애석함, 섭섭함, 배신 감 등의 감정을 표출한다. 이처럼 ‘우리’는 개인 간 혹은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뿐 아니라 구성원들 사이의 인간관계의 특성 및 그 관계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감정적, 행동적 특성까 지도 함축하는 말로 넓은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일단 우리는 ‘우리’가 강조되는 집단 상황 에 접하게 되면 개인의 개별적 특성의 합으로는 설명 할 수 없는 ‘우리’ 자체의 독특한 특성과 역동성을 나 타내게 된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집단 상황에서 일어나는 변화 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는 집단 상황에서 자기 정체가 상실되는 몰개성화다. ‘몰개성화’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감 옥실험을 통해 밝혀낸 주제로, 집단 상황에서 개인은 개별성을 잃고 집단의 일원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 다. 두 번째는 ‘탈개성화’로, 이는 몰개성화와는 달리 개인의 정체성이 집단 속에서 상실되지 않으며 집단 상 황에서도 여러 가지 현상을 통해 자기 정체성과 개별 성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스포츠 경기에 서 자신의 팀을 응원하러 온 사람들을 떠올리면 된다. ‘탈개성화’는 사람들이 전체로서 움직이지만 개개인의 행동은 상당 부분 개별적이라는 특성을 보인다. 한국인의 ‘우리’는 ‘나’와 ‘너’가통합된존재 우리는 한국의 집단 문화가 개개인의 개성을 말 살한다고 생각하지만(몰개성화), 한국인의 ‘우리’는 ‘탈 개성화’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고교 동창이다”라는 집단적 정체성은 같은 고 등학교를 졸업한 각 구성원의 존재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때 형성된다. 이는 개인의 개별성이 ‘우리’ 형성의 필요조건임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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