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8월호

살지는 않았다. 일하고 먹고 쉬고 잠자 기의 반복. 이런저런 것들에 대한 욕망 과 집착은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서 갈구했던 자기 것들을 품고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내게 4년 반 전에 겪었던 투병의 시간은 생의 남은 시간이 얼마 나 소중한 것인가를 일깨워주었다. ‘아, 지금 당장 세상을 떠나도 이상 할 것이 없는 게 나의 상황이구나.’ 지난 세월 살아오면서 매달렸던 그 많은 욕망과 집착과 주장들이 얼마 나 덧없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어떻 게든 놓치지 않으려고 쥐고 있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내 자신을 제대로 담고 있던 것들이 아니었다. 그러니 자신의 인생을 지탱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자 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공장 기 계에서 찍어내듯 만들었던 것들이었다.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자신이 진 정으로 원했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라도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때 떠올랐던 버 킷 리스트 목록의 하나하나는 그리 거 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아내와 함께 제주에 가서 한 달 살 기, 건강이 회복되어 두 다리로 오를 수 있게만 된다면 한라산 백록담 오르기, 그리고 난 뒤에 유럽의 고즈넉한 마을 에 머무르면서 한 달 살기, 돌로미티 가 서 트레킹 하기, 북유럽에 가서 오로라 보기, 좋아하는 공연들 보러 다니기, 아 담한 서재를 꾸며서 음악을 들으며 책 을 읽고 글을 쓰면서 늙어가기……, 그 런 것들을 하고 싶었다. 건강이 회복되어서 다시 일어서게 된다면 남은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들 그러면 인생에서 거창한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나는 불행한 것인가. 막상 나의 행복과 불행은 그런 거창한 꿈들 에 의해 좌우되지 않더라는 것이 우리가 터득하게 되는 삶 의 이치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얻는 만족들은 생각보다 작 은 것에서 찾아왔다. 흔히 말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 한 행복)이 그런 것들 아니었던가. 비록 큰 부자도 아니요, 높은 자리에 오른 고관대작도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나 모차르트를 들을 때 행복함을 느 끼고, 자연 속에서 건강한 두 다리로 트레킹을 하는 기쁨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확실한 나의 행복인 것이다. 행복에는 타인들이 정해놓은 기준이라는 것이 별 의 미가 없다. 내 마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 우선 이다. 삶의 유한함을 깨닫는 순간 떠오른, 버킷 리스트 필자 또한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마음속에 적으면서 살아간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언제나 바쁘게 일 만 하던 시절, 특별히 간절히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며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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