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8월호

“1964년 스물네 살이 되던 해, 일 본에서 일반인의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자마자 나는 유럽에 가기로 결심했 다. … 당시 하고 있었던 인테리어 디 자인 일도 그런대로 잘나가서 생계도 전망이 섰을 때였다. 유럽에 장기간 나가 있는 것은 그 런 업무 흐름을 끊고 모아놓은 돈을 몽땅 쓰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불안보다도 미지의 서구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했다. 우리 세대에게 건축의 역사란 곧 그리스 로 마의 고전에서 근대 건축에 이르는 서 구 건축의 역사였다. 사진으로 보는 서구 건축에는 섬 세하면서도 자연과 일체화하는 일본 건축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함이 있 어 보였다. 그 강렬함이 무엇인지 본고 장에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안도 다다오는 이후 자신의 사무 소를 개설할 때까지 4년 동안 돈만 모 이면 여행을 떠나 세계를 돌아다녔다 며, 20대 시절의 여행 기억은 ‘나의 인 생에 둘도 없는 재산’이 되었다고 말한 다. 생계에 대한 불안감을 넘어 세계의 건축을 직접 보며 공부한 경험이 세계 적 거장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자 산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사는 것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행복 가운데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다만 거기에는 개인의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 다. 주어진 환경 탓만 해서는 할 수 있 는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애플 창업자 스 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내가 죽는 순간 곁에 있을 사람은 결국은 가족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지는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면 자명해진다. 우리 인생의 버킷 리스트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놓다가 미처 지우지 못하고 가게 될 것은 ‘가족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기’가 될 것만 같다. 여건이 충족되어 가능해지기를 바라고 있는 상태다. 버킷 리스트에 담아놓았던 것들을 하나씩 할 때마다 느끼는 기쁨은, 인생의 버킷 리스트에 추가해야 할 항목들 이 아직 많음을 생각하도록 부추기곤 한다. 부부가 함께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현실적인 여러 상황들을 감안하면 황당한 꿈이 될 수도 있지만, 마음이 그것을 원한다면 못 할 것도 없지 않은 가라는 생각도 든다. 꿈은 이루어졌을 때 행복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꿈을 간직하고 키워나가는 것만으로도 삶에 활력을 주기 도 한다. 그러니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설혹 이루어 지지 못하는 꿈으로 그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의 가슴을 살아있게 만들어 준다. 원하는 대로 사는 행복,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안주하지 않은 사람들의 얘기는 많다. 학력주의 사회 일본에서 독학으로 공부하여 세 계적인 건축가가 된 안도 다다오는 자서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서 젊은 시절의 도전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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