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법률상담과 내가 수 임할 사건임을 전제로 한 설명은 정말 “하늘과 땅 차 이”다. 견적을 내려면 다시 시간이 필요하다고 일단 핑계 (?)를 대며 전화를 끊은 후, 아까 찾아본 판례와 다른 판례들, 그리고 여러 책들을 다시, 정말 눈이 빠지게 살 펴보았다. 혹시 내가 잘못 읽어 오해한 부분은 없는지, 그리 고 이런 판례와 법리가 있는데, 왜 주변에서는 이런 방 식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사를 본 적이 없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시 살펴보아도, 일정한 경우 우 리 법원은 임차인에게 임대인 지위의 승계에 대해 이 의를 제기하고, 원 임대인(양도인)에 대해 임대차 해지 와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 었다. 03 양도인(원 임대인)을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청구의 소 제기 이번 사건은 위 판례를 원용해 같은 법리를 주장 할 수 있을 만큼 유사한 사실관계 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필자는 다시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어 보수액을 알려주였다. 그랬더니 역시나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이길 수 있을까요?” 소송에서 100% 장담이란 있을 수 없지만,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필자의 말에 젊은 의뢰인은 보수가 비싸네 어쩌네 일절 말하지 않 고, 5분 만에 보수를 송금했다. 이렇게 되면 고맙기도 하고, 내 어깨가 더 무거워 지는데…. 필자는 양도인(원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소장을 작성하기 시작 했다. 이하는 소장의 일부에서 발췌한 것(장소나 일자, 당사자는 익명 처리함)으로,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 리한 것이다. 02 원 임대인에게 집을 산 매수인 사망, 깡통전세 피해 “임차 기간이 만료되어 임대인에게 갱신 거절 통 지를 하려고 전화했더니, 자기는 이미 집을 팔았다고 하고, 집을 산 매수인은 이미 사망했다고 합니다. 어찌 해야 할까요?” 필자가 이런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3월 무렵, 위 전·월세 상담 지원센터에 나가 상담을 받던 중이 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30대를 막 넘 겼을 것 같은 청년의 목소리였고, 당혹감과 절망감이 묻어났다. 갑자기 이런 전화를 받으니 필자도 머리가 멍해져 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주택 임대차 관련 내용은 법률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20대 초반부터 지 금까지 정말 수십 번을 더 보고 공부한 분야인데도 막 상 사건 의뢰가 이렇게 들어오면 해결책이 바로 안 나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양도인에게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준 대법원 판례가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막연히 떠올랐으나 그 요건이 정확하게 생각나 지 않았다.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연락처를 받은 뒤에 자 료를 찾아보고 내용 확인을 한 다음에 다시 정확하게 안내하겠다고 하고 일단 마무리하는 게 상책이다. 사무실에 돌아와 책을 찾아보고 판례를 검색해 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 판례가 나왔다. 상담했던 사건 과 사실관계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면에서는 동일해서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 같 았고,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임차인 구제를 위한 유일 한 방법이었다. 상담했던 그 청년에게 다시 전화했다. 판례에 대 해 설명하고, 이것이 유일한 방법 같다고 했더니 바로 사건을 맡기겠다며 견적을 달라고 한다. 사실 무료상담을 나가는 것은 사건 수임을 위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수임하지 않는 것 이 원칙이나, 갑자기 당사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 자 나도 좀 자신이 없어졌다. 63 ┃ 현장활용 실무지식 나의 사건수임기 2023. 08 vol.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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