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한 입주자에게서 “죽은 정○○가 바로 뉴스와 인터넷에 크게 보도된 ‘화곡동 빌라왕’ 그 정 ○○”라는 소리를 들었다. 필자는 깜짝 놀라 바로 인터 넷을 검색해 보니, “화곡동 빌라왕 정○○”라는 기사 가 무더기로 검색되었다. 심지어 어느 법무법인의 광고성 블로그에는 빌라 왕 수십 명의 실명이 올라와 있었는데, 거기에 있는 이 름과 정확히 일치했다.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심 장이 두근거렸다. 피고가 제출한 을호증 분양계약서를 다시 꺼내 보았다. 매매대금이 우리 의뢰인의 전세보증금과 1원 한 푼 다르지 않고 똑같았다. 계약금, 중도금, 잔금 지 급 하나 없이 오로지 보증금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이 집을 무자력자인 빌라왕 정○○에게 넘긴 것이었다. 기사에 난 빌라왕 정○○의 사망일자는 이전등기 가 된 직후 같았다. 그래서 의뢰인 명의로 죽은 정○○ 의 주소로 임대차계약의 종료와 보증금반환청구를 하 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된 것을 가지고 정○○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았다. 초본에 기록된 사망일자는 이전등기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아, 이래서 이 사람이 민간임대주택 부기등기만 하 고, 이후 전세보증보험 가입신청은 하지도 못한 거구나.” 어쩌면 매수인의 주민등록초본과 막도장만 맡겨 놓고 등기는 피고 측에서 알아서 하게 하고, 이 사람은 자신이 벌여놓은 일이 감당이 안 돼 스스로 목숨을 끊 은 것 같았다. 40대 중반의 남자가 죽기 하루 전날까지 이렇게 빌라를 이전받다가 갑자기 죽었다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묻지도 않았는데, 분양 사무실 직원들은 “정○○가 지병으로 죽었다”고 계속 강조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은 모두 양도인(원 임대인) 과 양수인의 거래가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에 대한 간접 증거일 뿐, 양도사실에 대해 고지했다는 피고의 주장 을 뒤집을 증거는 아니었다(물론 고지 사실에 대한 입 증 책임은 피고에게 있으므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입증 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이를 다투어서 판사의 심증 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 필요는 있었다). 그런데 정말 하늘이 도우셨는지 위 임차인 모임 ‘그래, 내가 어디 한 번 누가 어이없는 거짓 주장 을 하고 있는지 밝혀 주마!’ 필자는 의뢰인에게 전화해 당시 중개법인과 분양 사무실 직원들에게 전화해서, ‘2021년 계약 당시 부동 산이 정○○에게 이미 분양된 사실’에 대해 고지했었 는지 물어보면서 녹음을 해두라고 일렀다. 그렇게 해서 녹음된 음성 파일에는 이미 모두 입 을 맞춘 듯 똑같이 “분명히 그때 임대인이 바뀐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그런 것은 업무 루틴이기 때문에 항 상 그렇게 처리한다”며, 시치미를 딱 잡아떼는데, 순 간 필자도 의뢰인이 거짓말을 한 것인가 의심이 들 정 도였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안 해도 될 말을 했다. “선생님(원고), 사실 지금 원소유자들 상대로 소 송 중이시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지금 변호사 사서 이 렇게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데…,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 도 입장이 곤란해요. (중략)” 아니, 우리가 소송 중이라는 건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벌써 우리가 전화할 걸 알고 미리 입 을 맞췄음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는 궁여지책으로 원고가 살고 있는 빌라 29 세대 입구에 “지금 원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 중에 있 는데, 현재 소유자는 사망한 상태다. 유사한 사례로 고 민하는 임차인분 계시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으로 공 고문을 붙였다. 혹시 여러 명이 모이면 어디 장소를 빌려서라도 대책 회의를 열고, 필자가 참석하려 생각하고 있었다. 며칠 후 의뢰인이 몇 명 입주자(임차인)들과 통화한 녹 음파일을 보내왔는데, 실망스럽게도 이분들은 모두 임 대차 계약 당시 소유자가 곧 바뀔 것이라는 내용을 고 지받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우리 의뢰인만 그걸 못 들었다고 것일 까…?’ 의뢰인이 거짓말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착각하 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05 ‘화곡동 빌라왕’이었던 양수인, 포괄승계 고지 계약서 발견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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