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8월호

우리 어머니의 연세가 올해 벌써 80 하고도 1년이 넘었다. 엄마는 10여 년 전부 터 누나와 함께 살고 계신다. 두 모녀는 그리 오순도순한 관계는 아니다. 오히려 불 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그런 관계로 누나에게서 전화가 오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났 나 싶어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는 모녀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다분히 노력하며, 많은 신경을 썼다. 어 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혼자서 고민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지나고 보면 그저 순간적인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것일 뿐, 두 모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 시 평소처럼 지내곤 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직도 스마트폰으로 해외직구를 직접 하실 정도로 영민하시다. 아마도 엄마의 두뇌 건강은 누나와 틈틈이 벌이는 모녀 전쟁(?)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나는 10년 전 산에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고 있다. 그런데 이놈이 괘씸 하게도 누나만 따르고, 엄마는 외면한다고 한다. 나도 아직 녀석을 본 적이 없다. 엄 마를 뵈러 집에 내려갔을 때도 얼굴 한 번 내비친 적 없는 녀석이다. 사실 고양이가 엄마를 따르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엄마가 동물을 그리 좋 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엄마가 변했다. 갑자기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 자신의 비숑프리제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며, 싼값에 한 마리 가져가라고 했단다. 나는 엄마가 하루를 살다 돌아가신다 해도 강아지와 함께 지내 게 하고 싶었다. 생전 동물을 가까이하지 않으셨던 엄마 입에서 강아지 입양 얘기를 들은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평생 아들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셨는데 그거 하나 못 들어드리겠나 싶었다. 나는 입양비와 1년 치 강아지 사료비 등을 챙겨 어머니 생신 선물로 드렸다. 활 짝 웃으며 기뻐하던 어머니가 강아지 이름은 뭘로 하는 게 좋으냐고 물으시기에 “삼 식이”가 어떠냐고 농을 했는데, 덜컥 “삼식이”라고 지으셨단다. 물론, 얼마 안 가 주변 에서 “삼식이”가 뭐냐며 예쁜 “뽀삐”로 바꾸라고 해서 지금은 “뽀삐”라고 부른다. 얼마 전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뽀삐 때문에 행복하단다. 산책도 같이 가고, 잠도 같이 자고, 나갔다 돌아오면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며 난리를 치는 녀석 때문에 무척 행복하다는 것이다. 살면서 “행복하다”라는 엄마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 데, 뽀삐 덕분에 처음으로 들어보았다. 나를 대신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뽀삐, 이런 게 반려견인가 싶다. 이번에도 내가 신의 한 수를 둔 것이 확실하다. 첫 번째 한 수는 갱년기에 접어든 아내를 위해 반려견 두 마리를 입양한 것이요, 두 번째 한 수는 엄마에게 뽀삐를 선물한 것이다. 다음에 엄마에게 내려갈 땐 뽀삐의 간식을 충분히 준비해야겠다. 편집위원회 Letter 엄마와 뽀삐 김정호 ● 법무사(서울중앙회) 본지 편집위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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