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9월호

2023. 09 vol.675 요즘은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 등 신 분에 관한 증명서류들의 기록과 발급 등이 전자화되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이러한 서 류들이 모두 수기로 작성되고, 발급 또한 관련 관청을 방문해 순서를 기다려 받아야 했다.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일이다 보니 담당 공무원이 신분 서류에 정보를 기재하는 과정에서 오기 하는 등의 실수가 종종 발생했고, 1990년대부터는 호 적 전산화가 시작되며 호적 상의 신분 정보를 일일이 전산망에 옮겨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기·탈자·누락되 는 일들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각종 신분 서류의 문제를 정정하는 업 무가 법무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살아있는 어머니를 사망신고, 법원은 정정 신청 기각 2022년 여름 어느 날, 푹푹 찌는 무더위가 한창 인 오후. 박장남 씨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 각한다는 법원의 결정문을 들고 필자를 찾아왔다. 그 의 사연은 이러했다. 1974년, 박장남 씨의 부친은 다른 여성(현 부인)과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생존해 있는 모친을 사망한 것 으로 신고하였고, 그로 인해 모친은 호적에 “사망자”로 기재되었다. 그동안은 고령의 모친이 오랫동안 시골 동 네에 거주하고 있어 이웃들끼리 잘 알고 지내고 있고, 주민등록표가 작성되어 주민등록번호까지 부여되어 있으므로 크게 불편한 것이 없어 그냥 생활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가 발생하며 모친이 국가 건강관리 대상에 포함되었고, 군청으로부터 “고령의 모친이 실 제로 돌아가시게 되면 문제가 아주 복잡해질 수 있으 니 하루속히 신분 관계를 정리하라”는 요구를 받게 되 었다. 그리하여 박장남 씨는 군청에 재직 중인 친척에 게 부탁해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했는 데, 신청 취지와 이유가 너무 허술하다는 이유로 법원 의 기각 결정을 받고 말았다. 당연히 허가 결정이 날 줄 알았던 박장남 씨는 깜짝 놀라서 뒤늦게 여러 법률사 무소를 방문했지만, 이미 기각된 사건은 다시 신청해도 허가되기 어렵다며 다들 꺼리는 눈치였던지라 아직까 지 정정 신청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박장남 씨의 이야기를 들은 필자는 마침 비슷한 사건을 처리해본 경험이 있었던지라 바로 사건을 맡겠 다고 했다. 너무 선뜻 수임하겠다고 해서일까, 박장남 씨는 반신반의하며 “한 번 기각된 사건이라 신청해도 바로 각하된다고 하던데, 또 신청해도 될까요?”, “법원 에서 허가를 받을 수 있겠지요?”라며 재차 확인하는 질문을 했다.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은 비송사건이다. 비송사건 은 기판력이 없어 다시 신청해도 된다. 필자는 “같은 종류의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답하며, 그가 발급받아야 할 서류의 목록을 작성해 건네주었다. 어머니의 사망 기재가 말소된다면, 아버지는 중혼이 되고 얼마 후 박장남 씨가 서류들을 모두 발급받아 사 무실을 방문했다. 서둘러 서류를 살펴보니 그의 모친 박장남 씨의 부친은 다른 여성과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생존해 있는 모친을 사망 신고하여 모친이 “사망자”로 기재되었다. 시골에 사는 모친이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아 이를 바로잡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코로나로 모친이 국가 건강관리 대상에 포함되며, 군청에서 신분관계를 정리하는 요청을 하여, 법원에 정정신청을 했으나 기각 결정이 났다.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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