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9 vol.675 혼자 있다는 것은 자기와 함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과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사유를 하고 활동적 삶을 위한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 있는 것을 피하거나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혼자서 놀 줄 모르는 사람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혼자서 다니고 놀 줄 모르는 사람들이 무척 많음을 알게 된다. 가까운 사례를 들자면, 특히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는 것이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하는 ‘혼밥’의 상황이다. 다들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앉아있는 음식점에서 혼자 식사를 하려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이 되고 어쩐지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들어 영 불 편하다는 것이다. 조직에 몸담아 생활하며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곤 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런 상황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어느 음식 평론가가 혼밥 문화를 비판하 는 얘기를 했다가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진 그는 혼밥 문화에 대해 “혼 자서 밥을 먹는 것은 인간 전통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혼밥 은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사인이라고 볼 수 있다”며, “밥을 혼자 먹는 것은 소통의 방법을 거부하는 거다. 싫다고 해서 나는 나 혼자서 어떤 일을 하겠다. 점점 안으로 숨어드는 건 자폐다”라고 발언해 많은 반발을 샀다. 나도 그 얘기를 접하고는 참 어처구니가 없었던 기억 이 난다. 혼자 밥 먹는다고 자폐라니. 각자의 사정에 따라 혹은 취향에 따라 혼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인데, 이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 평소 공연장에 자주 가곤 한다. 오 롯이 작품에만 집중하기 위해 혼자 다 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예술의전당 이나 롯데콘서트홀에 가보면 나처럼 혼 자서 관람하러 온 사람들도 많다. 퇴근 하고서 공연장을 찾은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특히 많다. 그렇게 혼자 공연장을 찾은 사람 이 쓸쓸하게 보인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그 모습들이 이상하 게 느껴지기는커녕 참 보기가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누리기 위 해 혼자서라도 저렇게 열성적으로 다닐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 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민 폐를 끼치면서 나 자신을 위한다면 에 고이스트라는 말을 듣게 되겠지만, 그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모습 은 자존감과 자기애에 충만한 모습이 다.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을 위해 혼자서 다닐 수 있는 자유가 멋있 어 보일 뿐이다. 그런데 다들 그렇지는 않은가 보 다. 큰딸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우리 아버지는 혼자서도 공연 보러 잘 다닌 다”고 친구에게 얘기하면 좀 놀란다는 것이다. 장년의 남자가 혼자서, 때로는 젊은 세대 취향인 공연에 가서 앉아 있 는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나 보다 싶 었다.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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