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모자란데 4인용 테이블을 혼자 차지 하게 되거나,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과 합석해서 마주보고 앉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은 낮 12시부터 1시까 지의 시간대는 일반 음식점들도 혼자 들어가기가 좀 어렵다. 혼자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있기에는 눈치도 보이 고, 아예 혼자서는 안 된다고 나가게 만 드는 곳들도 많다. 그래서 외부 음식점 에서 혼자 점심을 할 때는 피크시간을 피해서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들어가 곤 했다. 시간대에 따라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내게 혼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으니 도리가 없었다. 그러니 아예 혼밥의 시간을 즐기곤 했다. 누구 눈치 볼 일 없이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자 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먹으면서 이 생 각 저 생각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굳이 식사하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누 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서도 자유롭 다. 내게 혼밥의 시간은 휴식의 시간 이기도 했고, 나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 이기도 했다. 특히 하루의 숨 가빴던 일 들을 다 끝내고 혼자 맛집에 들어가 ‘다 찌’에 앉아 천천히 저녁을 먹으며 수고 한 자신에게 여유를 가져다주는 시간 을 무척 좋아했다. 혼자 있다는 것은 자기와 함께 있다는 것 이게 어디 ‘혼밥’에 관한 얘기뿐이 겠는가. 평생을 조직에서 사람들과 함 상한 사람들인 양 낙인찍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시선이라 고 생각했다. 마치 나의 프라이버시 영역에 낯선 사람이 침입해서 는 느닷없이 심판하려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야말로 혼 밥을 즐기는 대표적인 혼밥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자폐증’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다. 혼밥, 나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 내 경우는 30년 가까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이 방송 저 방송을 옮겨 다니는 생활을 했던지라, 혼밥이 무척 자연 스럽고 익숙하다. 그날그날의 방송 스케줄에 따라 중간에 방송사 주변 어디에선가 밥을 먹어야 했다. 내가 출연한 프로그램들은 주로 이른 아침 시간에 많 이 편성되어 있는지라, 방송이 끝나고 나서야 음식점에 들 어가 아침을 먹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이동 시간에 쫓겨 방송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어 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테이블이 만석이 되는 점심시간에 혼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사실 조금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는 하다. 자리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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