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9월호

2023. 09 vol.675 기 괴로워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고 통을 누군가 대신 없애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초식동물의 흔적인 그런 겁많은 특질이 모여 불필요한 집단과 조직을 만들고, 사회와 나라를 이룬다. 그리고 그 세계를 반듯하게 관리할 능력이 있을 법한 인물을 추대해서는, 그를 따르고 충성할 것을 맹세함으로 써 한순간이나마 안심하려 한다. 겐지는 부모에게도 국가에게도 의존하지 말라며, 홀 로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우리에게 주문한다. 그 길에서 벗 은 오직 고독뿐이다. 겐지는 “지상의 보물인 자유에는 언제 나 고독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며, “자유와 자립의 정신이 야말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증거”이고 “불안과 주저와 고뇌야말로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살아 있으면서 절대적인 안녕을 얻으려 한다면, 그것 이야말로 산송장의 삶인 것이다. 나의 길을 가기 위한 고독 과 고뇌는 내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다. 그러니 혼자임을 겁낼 이유가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외로운 것은 무리와 떨어져 혼자일 때가 아니라, 자기의 모 습을 잃어버린 채 스스로와 이별했을 때이다. 때로는 고독 을 자청하는 것도 좋다. 강요된 고독은 나를 힘들게 만들지 만, 자발적인 고독은 나를 자유롭게 해주고 삶의 근육을 키 워주기도 한다. 혼자라도 괜찮아. 게 숙고하지 못했을 것이고 충분히 예리 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병이 자 신을 깨어 있게 했다고 받아들인다. 니체에게 고통은 살아 있다는 증 거였다. 병은 살아 있는 사람만이 걸리 는 것이고, 죽은 사람은 병에 걸릴 수조 차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병과 싸워 이겨 내는 것이었다. 니체의 삶을 아는 사람 이라면 그의 말들이 단순한 허언이 아 닌, 삶 그 자체였음을 알 것이다. 그래서 니체에게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니체 의 힘은 철학과 삶의 일치로부터 나오 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은 가장 고독한 가운 데 최고로 각성될 수 있으며, 그럴 때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많은 것을 이루 어낼 수 있음을 니체는 보여주었다. “그 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그를 더욱 강하 게 만든다”던 니체의 말은 그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이었다. 혼자서 망치를 들고 2000년 넘게 이어온 서양의 정신을 파괴하겠다고 나 선 두려움 없는 용기. 그런 니체를 읽으 며 우리도 덩달아 용기를 갖게 되는 이 유다. 부모에게도 국가에게도 의존하지 말라 마루야마 겐지도 산문집 『인생 따 위 엿이나 먹어라』에서 영웅에게 지배 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나약한 속성을 질타한다. 인간은 왜 영웅과 지배자와 강자를 원하는가. 인간은 모두 지배받 고 싶어하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이 세상을 자신의 판단과 결단과 실천으로 살아가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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