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갑질은 높은 자기가치감과 주체성 자기의 우세로 대표되는 한국인들의 자기관에서 기인한다. 높은 자기가치감은 자신을 상대방보다 우월한 존재로 보게 만들고, 우세한 주체성 자기는 자신의 영향력을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미치게 한다. 결국 문화심리학의 관점에서 갑질은 한국의 문화적 갈등해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스스로 목 숨을 끊었다. 학생들의 갈등에서 비롯된 학부모들의 민원에 수개월을 시달리던 끝이었다. 사건은 무너져 가 던 공교육 현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교사의 꿈을 품고 교단에 선 지 1년도 안 된 어린 선생님은 왜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치던 곳에서 극단적 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때맞춰(?) 유명 웹툰 작가의 논란도 화제로 떠올 랐다. 발달장애를 가진 작가의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 를 일으켰고, 해결 과정에서 작가와 작가의 아내가 특 수교사를 고소, 직위 해제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 이 일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현장의 교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이다(구체적인 민원들의 사례는 생략하겠다). 그 동안 수많은 선생님이 문제를 호소해 왔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제야 표면으로 불거져 나온 것이다. 때는 늦었지만 사람들의 분노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료의 죽음에 연대하는 교사들, 일부 학부모들 의 부적절한 행동에 비추어 스스로를 반성하는 학부 모들, 우리의 교육 현실을 돌아보고 제대로 된 해결책 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 우리는 이 일로부터 무 언가를 깨닫고 우리를 둘러싼 삶의 조건들을 변화시켜 야만 한다. 문화심리학자로서 필자가 주목한 이번 사건의 본 질은 갑질이다. ‘갑질’이란 ‘갑(甲)+질’의 합성어로 양자 의 사회적 지위에서 기인한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일컫 는 말이다. 단순히 계약의 양 당사자를 일컫는 말인 갑 (甲)과 을(乙)은 왜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의미하는 말 이 되었을까. 가진 자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만연해 있는 갑질 문화 갑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말,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부터다. 기내 서비 스로 제공되는 땅콩을 까서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 당 항공사 오너의 딸이자 이사인 조모 씨가 비행기의 이륙을 막았던 사건이다. 사람들은 처음에 ‘땅콩을 안 까줬다’는 이유로 수 백 명이 타고 있는 항공기를 예정된 일정과 관계없이 마음대로 돌릴 수 있다는 행태에 경악했다. 승객에게 땅콩(실은 마카디미아)을 까서 서빙해야 한다는 규정 은 애초에 없었고, 이륙 중이던 비행기를 돌린 이유가 해당 규정을 설명하던 사무장이 오너 일가의 화를 돋 웠다는, 소위 ‘괘씸죄’였음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분노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류의 사건이 종종 일어난 다. 갑질의 대명사가 된 땅콩 회항 사건 전에도 남○유 업의 ‘밀어내기’ 갑질 사건, 포○코의 ‘라면 상무’ 등의 사건이 있었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대기업의 갑질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느 시점까지는 당연한 일로, 관행으로 치부되 며 부당하다는 인식조차 없었지만, 땅콩 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갑질에 대한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 다. 특히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이나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에 대한 갑질 등 대기업들의 횡포에 대해 공정 거래위원회의 제재가 가해지면서 갑질에 대한 경계심 이 확산되는 것 같고, 갑의 횡포에 그동안 수그려 있던 을들도 이제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갑질은 점점 사라지는 중일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갑질은 대 ┃ 슬기로운 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73 2023. 09 vol.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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