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9월호

원수처럼 지낸 형제, 쉽지 않은 조정사건 상황을 보아하니 조정이 쉽지는 않아 보였지만, 조 정위원으로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에 집중하기보다는 분쟁의 상대방에 더 관심을 가지고, 문제 자체에 매몰되 기보다 그 문제의 핵심에 놓인 사람에 집중해보기로 했 다. 그러면 미처 생각지 못한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이에 조정의 목적을 34만 원의 금전적 이행사건에 대한 금전 지급 조정이라는 이 사건의 청구취지와 같은 객관적 상황보다는, 그들 내면의 주관적·정서적 상황에 두고 사건을 풀어가기로 했다. 필자는 우선 둘을 분리하여 각각 대화를 나누고, 조정의 취지와 의향을 파악하였다. 그런데 두 사람과 대 화해 보니 깨어진 형제간의 우애를 반드시 회복시켜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노쇠해가는 두 사람에게 형제간 의 우애가 남은 삶에 무엇보다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 각에서였다. 필자는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형제애라는 점을 깨우쳐주고, 두 형제가 노후를 서로 아끼고 위하며 살아 갈 수 있도록 사건을 종결짓고 싶었다. 이후 필자는 1시간 30분간 열정적으로 조정에 임 했다. 아무리 각박한 물질문명 속에 살고 있지만, 물질 보다 더 소중한 정신적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며, 지난날 부모님 슬하에서 함께 자랐던 형제간의 소중한 추억들 을 떠올려 볼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때로는 형제간의 우애가 어떠해야 함을 훈계하고, 형제간에 원수가 된 지금의 상황을 나무라기도 하면서, 단호하고 간곡하게 서로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굳게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보도록 설득했다. 이런 노력이 잘 전달되었던지,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더니 서로 고소·고발을 일 삼으며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된 자신들의 행동을 자책 하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의 지난 과오 를 뉘우치는 발언이 이어졌고, 꽁꽁 얼어있던 두 사람의 마음도 녹아내렸다. 마침내 형제는 그간의 오해와 잘못에 대해 서로에 게 용서를 구하고, 남은 생애나마 형제간에 우애 깊게 살아가자며 화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건 민사소 송 자체도 취하키로 했다. 뒤늦게 깨달은 형제애, 마음의 빗장이 열리다 “법무사님의 간곡한 말씀과 형제애의 소중함에 대 한 훈계를 듣고, 그간 우리가 얼마나 부끄럽게 살아왔는 지를 깨달았습니다.” 조정결정문을 작성하는 필자에게 두 형제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누차 감사를 전했다. 두 사람은 조정위 원 앞에서 화해했음을 보여주겠다면서, 서로 포옹하며 “앞으로 잘 지내자”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환하 게 웃었다. 형제가 손을 맞잡고 조정실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 며 필자는 조정위원으로서 큰 기쁨과 짜릿한 보람을 느 꼈다.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시킨 담당 재판장의 취지도 조정을 통해 돈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두 사람이 서로 화해하도록 하려는 것이었을 거다. 필자는 조정자의 역할을 다한 것에 자긍심을 느꼈다. 노년이 되도록 형성된 자신만의 생각과 주장, 자기 애가 강한 이들을 오로지 대화를 통한 화해로 이끌어 내는 조정 과정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두 형제 역시 오 랫동안 쌓인 감정과 굳게 닫힌 마음으로 처음에는 어떤 말도 먹히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진이 빠지는 느낌이 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두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며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자 시나브로 그 단단했 던 마음도 서서히 빗장이 풀리면서 어느새 활짝 열렸다. 분쟁 해결의 한 방편으로서 조정제도가 얼마나 유 익하고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었다. 오랜만에 정말 기분 좋게 해결된 사건으로, 조정위 원으로서의 최고의 기쁨과 긍지, 보람을 느낀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날의 점심은 유난히 맛있었다. 77 2023. 09 vol.675 ┃ 슬기로운 문화생활 문화路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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