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9월호

얼마 전의 일입니다. 미등기토지의 소유권보존등기 관련 상담을 했는데, 해 당 토지 공부를 확인해 보니 수기로 기록된 구 토지대장에 주민등록번호도 기 재되지 않은 채 주소지와 이름만 표기되어 있었고, 그 이름조차 한자 흘림체로 쓰여져 있어 판독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한자사전 필기인식기를 참고하고, 전문 서예가의 자 문을 받아 겨우 이름을 해독해 등기신청을 했는데, 등기소에서 한자 흘림체의 해독이 불가능하다며 문제를 삼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등기는 완료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공교육의 한자교육 현황이 궁금해졌습니다. 배낭보다는 ‘백 팩’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지금 세대에게는 낯선 일이겠지만, 우리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국어 교과서에 한자가 표기되어 있었고, “한문(漢文)”을 정규교과목으 로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한문은커녕 한자를 가르치는 학교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몇 차례 의 교육과정 개정을 거치면서 한자교육의 비중이 점점 축소되다가 2016년 헌법 재판소의 “초·중등학교에서의 한자 교육은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정 (2012헌마854)을 계기로 공교육 현장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한자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한자를 모 르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외국에 나가서도 영어만 알면 의사소통에 문 제가 없기 때문에 한자를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성이 느껴지면 사 교육을 통해 공부하거나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 공부하면 될 것입니다. 다만, 법무사의 경우에는 상속등기 등 업무상 한자를 자주 접하고, 한자와 관련해 등기관들과 부딪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한자를 잘 아는 것이 좋습 니다. 내친김에 등기관 시험과목을 확인해 보았는데, 등기관이 되기 위한 등기 사무직렬 시험 8개 과목 중 한자와 관련한 과목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시험과목에 없는 공부는 등한시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등기사무직렬 시험과목에 수험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한자 과목을 넣자는 것은 아니고, 등기관 업무에서 조금 더 한자에 신경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등기관들이 과중한 업무로 휴일도 반납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원활한 업무수행과 적절한 대민서비스를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보다 높은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편집위원회 Letter 한자유감 박성익 ● 법무사(광주전남회) 본지 편집위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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