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10월호

2023. 10 vol.676 ‘생활법률 전문가’를 모토로 국민의 크고 작은 법 률문제를 해결하는 법무사. 법무사가 가장 흔하게 접 하는 업무는 ‘상속’이다. 상속은 당사자의 의지와 관계 없이 가족의 사망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법률 문제이므로, 국민 누구나 살면서 평생에 한 번은 꼭 거 치게 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속으로 인해 남겨진 재산은 때때로 상속인들 사이에서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새롭 게 연재를 시작하며 소개하는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이 ‘상속재산’을 둘러싼 의뢰인들의 이야기다. 4년 차 법무사로 아직 젊은 나로서는, 장장 1년여 에 걸쳐 한 편의 드라마같은 ‘스펙타클’을 경험하며, 많 은 것을 배우고 느낀 사건이다. 상속 협의분할, “남동생이 말을 잘 듣지 않아요.” 2021년, 안양에 사무소를 열고 1년여 남짓 지났 을 무렵이었다. 나이 지긋한 한 신사분이 사무소를 방 문했다. 고령의 어머니가 최근 돌아가시며 오피스텔 4 채를 남기셨는데, 4명의 자녀가 한 채씩 갖기로 협의가 되었으니 상속등기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3채는 크기가 같고 1채만 크기가 좀 더 큰데, 본 인이 장남이라 돌아가신 어머니 수발을 다 하였기에, 큰 1채를 가지는 것에 대해 동생들이 협의해 주었다고 했다. 나는 재산이 많은 집은 상속재산 때문에 많이들 싸우게 되는데, 참 사이좋은 형제들이라고 생각했다. 상속등기에 큰 문제는 없었으나, 조금 까다로운 점은 상속인 중 두 따님이 미국 시민권자여서 외국인 상속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의뢰인은 여동 생들에게 내가 직접 외국인 서류에 대해 안내해 주면 좋겠다고 했고, 나는 카카오톡 단톡방을 열었다. 그리 고 나와 의뢰인, 두 따님 의뢰인까지 총 4명이 함께 외 국인 상속인에게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법무사님, ‘아포스티유’가 뭐예요? ‘영사인증’은 어떻게 하는 거라고요? 너무 어렵네. 오피스텔 한 채인 데, 그냥 안 받을까 봐….” 따님 상속인들도 모두 연세가 있다 보니 서류 준 비를 버거워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며 최대 한 귀찮음을 덜어드리기 위해 많은 궁리를 했지만, 쉽 지는 않았다. 장남 의뢰인도 부동산등기도 등기지만, 예금을 찾는 것도 쉽지 않겠다며 하소연이었고, 따님 상속인들도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위임하는 위임장에 공증을 받는 것, ‘부동산등기용 등록번호’ 신청, 나중 에 처분할 때 필요한 이런저런 서류의 준비를 무척 부 담스러워했다. 결국 따님 중 맏딸인 의뢰인이 이참에 한국에 들 어갈 의사가 있으니, 한국에서 상속등기에 필요한 서 류를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면서 귀국을 결정했다. 한 국에서 상속등기를 한다면,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대 폭 간소해지므로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맏딸 상속인의 한국 입국까지, 몇 주간의 공백 동 안 나는 한국인 상속인들 서류부터 먼저 준비하기로 했다. 상속인은 장남 의뢰인을 포함한 한국 국적의 아 들 둘, 미국 시민권자인 딸 둘이었다. 상속재산분할협 의서를 먼저 작성해둔 후, 한국인 상속인들의 서류와 인감도장을 받기 위해 연락을 했더니 항상 협조적이었 던 장남 의뢰인이 곧바로 사무실을 방문했다. 상속등기를 진행할 때는 사무실을 방문하는 상 속인이 나머지 상속인들의 서류와 인감도장을 모두 취 합해 가져오거나, 인감도장을 가져오기 어려운 경우라 면 법무사가 작성해준 협의서에 상속인들의 도장을 모 두 찍은 후 가지고 오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이번 상속인들은 조금 독특했다. 장남 의 뢰인이 “동생이 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나에게 남 동생과 직접 연락해 볼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오피스 텔이 4채다 보니 보수도 적지 않은지라 나는 흔쾌히 의뢰인의 남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사건을 맡은 후 처 음으로 장남 의뢰인의 남동생과 연결된 날이었다. “왜 형만 오피스텔이 두 채예요?” “왜 형만 큰 호수를 갖나요? 형은 부모님 살아계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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