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vol.676 완전히 토라진 차남의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 그리고 얼마 후, 차남 의뢰인에게 연락이 왔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뭔 가 일이 심하게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협의 는 당사자들이 한다”’는 나의 모토를 깨야 할 순간이었 다. 이제는 무조건 차남 의뢰인을 달래드려야 한다. 이 긴 시간 공들인 나의 사건을 물거품으로 만들 순 없다. “선생님이 갖기로 한 오피스텔은 변동이 없으니 손해보시는 건 없습니다. 시간이 더 지체되면 상속취 득세 가산세도 내야 하고, 서로서로 손해입니다. 부동 산은 이대로 협의해 주시고, 좀 더 원하는 게 있으시면 형님과 잘 얘기해서 예금이나 다른 재산을 좀 더 받아 보시는 건 어떠세요?” 하지만 차남은 이미 단단히 토라진 상태였다. 사 태는 내 손을 떠났다는 걸 직감했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선생님, 지금 4채를 1채씩 나눈 것은 비교적 공 평한 분할이라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해도 이익이 그 렇게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토라진 차남은 심판 사건을 맡아주 지 않을 것 같은 나의 설득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었다. 결국 차남 의뢰인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 채 2021년 한 해가 저물고 말았다. 희망찬 2022년, 설날이 지나고 나는 장남 의뢰인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법무사님, 동생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어요.” 사무실을 찾은 장남 의뢰인의 손에 들려 있는 것 은, ‘상속재산분할심판’ 소장이었다. ‘아뿔싸!’ 막내 의뢰인은 이미 상속포기를 했기에, 상속재산 분할심판 당사자도 되지 못했다. ‘큰일났다.’ 차남이 청구한 소장의 전체 내용을 읽어보니 기 여분과 특별수익분을 주장한 것은 당연하거니와, 결정 적으로 차남은 상속포기한 동생의 몫에서 자기 몫을 주장하고 있었다. 상속포기를 하면 그 상속분은 나머 지 상속인에게 원래 상속분만큼 나누어서 분배된다. 나와 장남 및 막내 상속인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 었지만, 상속포기를 하게 된 정황은 나, 장남, 장녀, 막 내 상속인 4명이 있는 단톡방에서 합의되었으니, 차남 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도 법적으로 틀리지는 않았다. 나는 그제야 ‘왜 차남 상속인은 단톡방에 참여를 안 하시지?’라고 처음 의문을 가지게 된 시점, 그러니까 장남과 차남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에 ‘등기 대리인’을 떠나 이 상속협의가 원활히 되 고 있는지를 좀 더 면밀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협의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속인이 있다면, 상속인 간의 의사소통에서 소외된 사람이 있다면, 그분의 의 사도 충분히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방법은 단 하나, 막내 상속인의 ‘상속포기 취소’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이상, 막내 의뢰인의 상속 포기를 취소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막내 의뢰인 에게 “차남분은 이 내용을 모르셨나요?”라고 물어보 니, 내가 상속포기 대리인을 장남분으로 기재해 위임 장을 보내드렸기 때문에, 자신이 포기한 법정 상속 지 장남 의뢰인은 미국에 남아있는 막내 상속인이 자신에게 빚진 게 있어서 상속포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그러나 차남 상속인은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보고 “왜 형만 두 채를 갖는 거예요? 나는 이런 얘기 들은 적 없어요. 도장 못 찍어요.” 하고는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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