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10월호

분이 다른 상속인들이 아닌 대리인에게 귀속되는 것으 로 생각해 굳이 차남 상속인에게 얘기할 필요를 못 느 꼈다는 것이다. 장남과 막내 상속인은 “외국인이 부동산을 소유 하면 그 이후 매도나 세금 문제가 번거롭다고 해서 조 금 간단히 정리하려 한 것인데,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두 사람이 왜 그 런 오해를 했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느 정 도 이해한다. 법률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국민들로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결국 해결 방법은 막내 의뢰인의 상속포기를 취 소시키고 심판의 대상자로 참여시킨 후, 오피스텔 한 채를 상속받는 내용으로 결정을 받는 것밖에 없었다. 나는 상속포기 취소의 요건과 판례를 찾아보고, 막내 의뢰인의 상속포기취소가 인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의뢰인들에게 상속포기취 소 신청을 해보자고 강력히 권유했다. 하지만, 막내 의뢰인은 취소신청을 하지 않겠다 며, 그냥 상속포기를 하겠다고 했다. 미국에서 멋진 커 리어를 쌓아온 막내 의뢰인은 주변에 아는 변호사도 많고, 특히 장남 의뢰인의 딸인 조카도 변호사여서 ‘상 속포기취소'가 쉽지 않다는 조언을 들었던 것이었다. 의뢰인을 돕기 위해 보다 간단한 상속포기 절차 를 권유했던 내 행동이 이런 파장을 몰고 온 것이 너무 분하기도 하고, 이런 결말로 끝나는 것은 결코 용납되 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좀 어렵긴 하지만, 제 책임도 있으니 최소 비용만 받고 신청해 드리겠다”고 의뢰인을 설득해 상속포기취소 신청을 하기로 했다. 판례를 살펴보니 상속포기취소를 할 때 ‘재산에 대한 착오’는 취소사유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어, 대신 ‘법률효과에 대한 착오’를 강조하기로 전략을 짰다. 상속포기취소 신청서에는 외국에 산 지 오래되어 서 상속포기의 법률효과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상속 재산을 좀 더 간이하게 정리하기 위해 상속포기를 한 것 이며, 상속분에 대한 상속세도 대표 상속인을 통해 납 부했다는 것을 강조해 작성했다. 그리고 원래 1채씩 상 속받기로 이미 합의되었던 내용을 주장하며 증거와 함 께 제출했다. 또, 변호사 조카가 상속인들이 카톡방에서 나눈 대화 중 상속포기취소에 도움이 될 만한 대화를 선별 해 팩트를 정리해 주었다. 나는 상속포기취소의 요건 에 맞게 이를 정리해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자 차남 상 속인 측의 상속재산분할심판사건 대리를 맡은 변호사 는 막내 의뢰인이 상속포기취소를 접수했다는 서류를 제출하고, 이 사건에 대한 결정 후 상속재산분할심판 을 해달라는 서면을 제출했다. 상속포기 취소 인용률은 단 10% 수준이다. 상대 측 변호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자신 이 있었지만, 그래서 한편으로 초조했다. 정말 막냇동 생이 재산을 한 푼도 못 받게 되면 어떻게 하나. 우리 계획은 이게 아닌데…! 즉시항고로 결국 상속포기 취소 인용! 얼마 후,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전자소송 사이트 에 접속 중이었다. 법무사는 매일 전자소송 사이트에 서 송달문서를 확인하며, ‘승소 결정문’을 발견할 때 큰 희열을 느낀다. 이번 상속포기취소사건은 어떤 결정문 이 와 있을 것인가. 수능성적 발표, 대학합격 발표, 법 무사시험 합격자 발표만큼이나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 이었다. 그러나 송달문서에서 확인한 것은, 슬프게도 ‘기각’ 결정이었다. 막내 의뢰인은 상속재산분할심판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었지만, ‘상속포기취소’ 인용 경정 결정을 근거로 공동소송 참가를 할 수 있었다. 심판 결과는 원래 협의한 대로 오피스텔을 각자 1채씩 갖되, 장남이 차남에게 1,000만 원 정도를 지급해주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14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