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이를 먹고 늙어가면서 조심해 야 할 것은 자기의 생각에만 갇혀 고집 세고 완고한 노인이 되어버리는 일이다. 아마 우리 자신이 젊었을 때 많이 들 경험했을 것이다. 노인이 되어버린 어른들과 대화할 때면 그 고집 앞에서 좀처럼 소통이 되지 않는 벽 같은 것을 느꼈던 기억 말이다. 어떤 노인들은 종 종 자신의 경험을 앞세우며 의견을 굽 히지 않으려 한다. 사람마다 경험은 다른 것이고, 경 험의 차이에 따른 생각의 차이를 인정 해야 서로 간에 대화가 되는 것인데, 나 의 경험만이 절대적 기준으로 섬겨지면 서 고집스러울 정도의 집착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늙어가면서 삶이 완성된다 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절대시 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늙어가면서 겸손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내면의 완성을 향해 가는 모습이 다. 젊은 사람들에게조차 자기를 낮추며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는 세상을 넓게 껴안을 수 있게 된 노년의 힘을 보 여준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신 의 옳음을 무턱대고 강변하는 것은 어 른답지 못한 일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 은 나이의 숫자가 아니라, 젊은 사람들 이 생각하지 못했던 깨침을 갖고 그들 과 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이를 무기 삼아 다 른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고집만 부리는 것은 노년의 추함이다. 자기 고집에만 갇혀있는 사람은 자기 변화를 포기한 것이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하 고집불통 늙은이의 집착 하지만 나이 들어가는 것을 우울하고 슬프게만 받아 들일 필요는 없다. 나의 아름다움은 나이의 숫자나 젊은 외 모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청춘 시절보다 더 무르익은 내 면의 성숙함이야말로 빛 바라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준다. 젊어도 추할 수 있고, 나이가 들고 늙어도 아 름다울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고 늙으면 발전이 멎어버리게 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성 숙해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독일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나이 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만 있어도 평정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살아나갈 수 있다. 나는 나이 듦에 맞서 싸우느라 모든 힘을 낭비하는 대신, 주름살에 새겨 진 삶을 자신 있게 내 앞으로 가져오고 싶다.” 자신의 삶을 자신 있게 떳떳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 한 노력을 하면서 나이를 먹어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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