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 일생 가운데 불꽃 같은 시 기였다면, 더 나이가 든 후에는 그 격정 이후의 평화로움을 얻고 싶어 하는 게 우리의 마음일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본성에 맞는 삶 을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스스로 억압하면서 사는 경우 가 많다. 지금은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 다는 이유로, 너무 바빠서, 세상이 행복 하지 않은데 나만 행복하려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등등 여러 이유로 행복하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누르면서 살아가 곤 한다.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그것이 정작 나를 위한 삶이 아니었음을 깨닫 고는,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본성이 요구 하는 대로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 는 갈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야 본래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살게 되었다 필자 또한 그렇게 새로운 경험을 했다. 투병을 하고, 가까스로 몸을 추스 르며 다시 일어서던 시기가 나이 60을 막 넘을 때였다. 죽을 고비를 넘고 나니, 아직 몸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남은 인 생은 내가 원하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당초 내가 원하던 삶이 어 떤 것인가를 돌아보면서 떠올렸다. 먼저 아내와 함께 제주에 가서 한 달살기를 했다. 여름철 휴가조차 제대 로 챙기지 못하며 정신없이 일하던 시 절에는 꿈도 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 곳곳에 있는 좋은 길들을 찾아가 사람은 끊임없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존재다. 누구나 생물학적으로는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지만,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이제까지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나이가 들고 늙어간다는 것은 삶의 막이 하나 내려지는 것일 뿐, 인생의 새로운 막은 다시 올라가게 된다. 그러니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리 슬프지 않은 일이다 젊은 시절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채울 시간 나이 든다는 것은 젊음을 잃는 것이지만, 젊은 시절 에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우리를 기다린 다. 불편한 것들은 몸의 이곳저곳에 점차 생겨나지만, 행복 한 마음으로 자기 삶을 찾아가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사 람에게는 육체의 지배를 당하지 않는 영혼이라는 것이 있 기 때문이다. 열정적으로 하던 일에서 물러서거나 은퇴를 하게 되어도, 그 대신 자신을 돌보며 삶의 여백을 새롭게 채 워갈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먹고사느라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일들에서 한발 비 켜, 이제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 이 그 이후의 생활일 수 있다. 우리는 젊은 시절 혹은 중년 시절에 대단히 무거운 짐 을 지고 살아간다. 젊었을 때의 열정이 갖는 아름다움도 있 지만 일을 하느라, 아이들과 가족을 책임지느라, 혹은 사회 적인 여러 일들로 인해 정신없이 살아가게 된다. 자기를 찾고 돌보기 어려운 생활이 계속되다 보면 자 기 삶에 결핍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결국 잃어버린 자신 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때가 바로 인생 후반 기가 시작되는 장년의 나이이다. 그것이 우리가 일생을 살 아가는 패턴인지도 모른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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