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vol.676 면 젊었을 때 부지런히 일하고 인생 후반부에 가서 그 결실 을 누리는 것이 바람직한 코스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란 끝이 좋아야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마지막까지 미지의 영역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평생 살아보지 못했던 고즈넉한 삶에 대한 설렘 같은 것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한다. 설마하니 나이 60이 넘어서도 앞 으로의 삶에 대한 설렘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그 나이가 되니 그런 마음도 가능함을 알 게 되었다. 그러니 인생이란 직접 거치고 겪어봐야 비로소 하나씩 알게 되는, 마지막까지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사람은 끊임없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존재다. 누구나 생물학적으로는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지만, 자신이 마음먹 기에 따라서는 이제까지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몇 번의 삶을 살 기회를 가진 셈이다. 나이가 들고 늙어간다는 것은 삶의 막이 하나 내려지 는 것일 뿐, 인생의 새로운 막은 다시 올라가게 된다. 그러 니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리 슬프지 않은 일이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트레킹을 하고, 러닝 크루들과 함께 한강길을 따라 달 리기를 익혔고 마라톤 대회에도 난생처 음 출전했다. 이제는 정치가 아니라 인간의 영 혼과 감정을 다룬 예술이 좋아져서 각 종 공연과 전시회를 부지런히 다니는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있다. 건강을 지 키기 위한 운동을 즐겁게 하고, 아무런 목적 없는 자유로운 독서를 하고, 젊은 시절 아이들 키우며 전쟁 치르듯이 사 느라 누리지 못했던 것들이, 비로소 내 것들이 되는 느낌이다. 어쩌면 본시 살 고 싶었던 삶을 이제야 살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실 하나하나의 것들은 대단한 것도 아니요 지극히 소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막상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이유 로 원하던 것들을 하지 못해왔다. 이제 는 자기 본성이 원하고 요구하는 것들 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자신에게 말하곤 한다. 그러니 삶의 질이 젊고 건강했을 때보다 오히려 나아진 것 같다는 역설 이 가능해진다. 자기 인생을 그렇게 누 리고 즐기는 데 엄청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물론 나이 들어서 먹고사 는 것 자체가 힘든 환경에 처하면 그런 것조차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것들은 최소한의 환경만 되면 의지에 따라 할 수 있는 것 들이다. 인생 후반기에 자신이 살고 싶 은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도 젊 은 시절 부지런히 일하고 재산을 모아 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노년을 맞았다 가 인생이 벼랑 끝에 몰리거나 무너지 는 모습들도 적지 않게 보아왔다. 어쩌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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