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익명성의 보장 정도에 있어서 두 국가 간 에 차이가 있다. 독일에서는 비밀출산을 하려는 산 모는 반드시 상담에 참여해야 하고, 상담기관에 자 신의 신상에 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 모의 신상에 대한 기록은 밀봉되어 국가기관에 보관되나 자녀가 16세에 이르면 요청에 의해 모에 대한 기록을 열람 할 수 있고, 모는 자녀가 15세에 이르는 시점에서 자 신에 대한 정보공개를 반대할 수 있다. 이처럼 양자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가정 법원은 모와 자녀의 이익의 경중, 그 밖의 사안들을 고려하여 자녀의 열람권을 인정하거나 기각한다. 모 의 익명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 자녀의 알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임산부에게 신상을 포함하여 되도록 많은 정보를 남기도록 권유하되, 최종적인 판단은 임산부에게 맡겨두고 있다. 마찬가 지로 신상 등의 정보는 밀봉되어 국가기관(Conseil national)에 보관되고, 산모와 자녀 모두 이 기관을 통해 서로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법원 결정이 아닌 생모 의 의지에 따라 영구적인 익명성을 보장한다. 우리 나라의 ‘보호출산제’ 역시 생모와 생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부모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익명출산제와 유사하다 하겠다. 한편, 산모와 영아 모두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목적하에 익명출산을 보장하는 것이 아동의 “태생 에 대해 알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우려도 있다. 영아의 생존 보장을 위해 ‘익명으로 출산할 권 리’와 아동의 ‘태생에 대해 알 권리’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해당 사안은 제도를 도입한 국가 에서도 여전히 논쟁 중이다. 다만, 2003년 유럽인권재판소는 ‘생모가 익명 으로 남아있을 권리’를 우선적 권리로 보았다. 익명 출산제를 통해 태어나 입양된 38세의 Odiévre 씨 가 생모와 형제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국가(프랑 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바로 그 제 도가 아니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자의 생모를 알 권리’가 ‘익명 속에 남아있을 생모의 권리’에 우선하 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4 장애아 합법적 유기 등 ‘보호출산제’ 악용 우려도 한편, 보호출산제 도입이 아동유기를 양산하 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법안은 출산 이후 출생신 고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출산을 원하는 경 우, 출산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보호출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안전한 방식의 아동유기를 허용하 고 있다. 미국 전역 50개 주에 모두 도입된 「safe haven law」의 변형으로도 볼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주정 부별로 출생 후 72시간~1년의 기간 동안 아동을 병 원, 경찰서, 소방서, 종교기관 등에 합법적으로 유기 할 수 있다. 아동학대 및 방임의 증거가 없다면 면책 규정 이 적용되어 아동을 유기한 부모에게 어떠한 책임 도 묻지 않는다. 위험한 곳에 유기되거나 살해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한 극단적 조치인 셈이다. 다만, 부 모에게 아이의 성(姓)과 의료기록을 남길 것을 권유 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의 신원 등 이 국가에 의해 보관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장애아를 출산한 경우, 양육포기 를 손쉽게 결정하는 데 보호출산제가 악용될 수 있 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아 출산 등 양육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신속하게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고 합법적으로 자녀를 유기하는 데 있어 보 호출산제가 일조할 것이라는 점에서 보호출산제 제 도 도입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면서 가지는 바람 중 하 나는 ‘아이가 좋은 가정에 입양되어 잘 성장하는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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