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10월호

‘세상’이라는 관념은 하나이나, 이 지구상에는 각 이름만큼의 세상이 있음을 요즘 들어 더 느끼게 된다. 5시간의 산행을 해야 산 좀 탔다고 하는 자와 산 밑에서 계곡에 발 담그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자, 육식은 인류의 적인 채식주의자와 그렇지 않은 자, “지 구가 아파요”라는 명분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붓고,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물을 훼손하는 자, 그리고 그 행태를 안타까워하는 자 등이 성경에 나오는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와 같이 각자의 경험과 배움, 종교, 정치이념에 따 라서 저마다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 시야는 그리 넓지 않고, 보이는 색깔의 종류도 다양하 지 않지만, 자기와 다른 시각들은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통신매체가 발달하면서 생각들이 모아질 줄 알았으나, 오히려 각자의 생각에 더 갇혀 있는 것 같고, 개인마다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간다. 이러한 현상을 좁히기는 달나라 여행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 개 인이 바라보는 세상은 존중받아야 할 것이지만, 어느 한쪽을 존중하다 보면 다 른 억울한 이가 나올 것이고, 각자의 목소리만 높아질 뿐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각자 자기가 옳다고 날뛰 는 망둥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의 다양함을 통해서 이 세상은 발전하 고, 새로운 것이 탄생하기도 하므로 그냥 각자 살아가는 것을 인정하고 행복하 면 될 것 같은데,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보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함께 살아가며 복잡하고 정리가 되지 않는 문제들이 점 점 줄어들기를 바라고, 나만 잘났다고 꼿꼿하게 머리를 들고 서 있기보다는 고 개를 낮추고 타인과 더욱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 시대를 함께하는 동행자들이 바라보는 각자의 세상에서 서로 배려하며 공감할 때, 그리 길지 않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들을 보다 자유롭고 평화 롭게 누리며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각각의 다른 색깔들이 아름답게 공존해 있는 무지개와 같이 각자의 세상을 가지고도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이 하루속히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편집위원회 Letter 각자가 보는 세상 박윤숙 ● 법무사(서울서부회) 본지 편집위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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