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vol.677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낳는다. 우리가 알 수도 없고, 예상할 수도 없는 죽음은 언제나 두려운 상대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했던 많은 철학자들은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했다. 에피쿠로스는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니, 그렇게 생각하는 데 익숙하라고 말했다. 년에 진시황은 불로장생할 수 있는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서불(徐巿)을 바다 건너로 보냈다. 황제의 명을 받은 서불은 어린 남녀 3천 명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 한반도의 남해 금산, 제주를 거쳐 일본까지 갔지만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불로초를 구하 지 못했던 듯하다. 그때 진시황의 나이가 마흔이었다고 하 니, 영원히 죽고 싶지 않은 황제의 마음은 이미 그때부터 간절했던 것 같다. 천하를 통일했던 황제에게도 죽음은 어 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불로장생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대신 인간들은 죽음을 늦추기라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현대의학 의 발달은 질병이 제약해왔던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했고, 마침내 우리는 100세 시대를 말하는 단계에 이 르렀다. 불치병으로 불리던 전염병과 암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은 수명을 연장하는 획기적인 전기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개인들의 건강에 대한 의식도 높아져 각 자 건강히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한다. 몸에 좋은 건강식들을 찾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좋은 공기를 찾아 나선다. 죽음을 늦추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한 인간의 집념은 대단 하다. 그만큼 죽음은 인간에게 가능만 하다면 피해야 할, 그 것이 어렵다면 늦추기라도 해야 할 대상이었다.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 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보다 죽음을 꼽을 것이다. 자신이 죽어서 한 줌의 재가 되는 일은 누구나 상상하면 무섭고 공포스러운 광경이다. 사람은 죽으면 숨도 의식도 멎고,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말 그 대로 존재의 모든 것이 영원히 끝나버린 다. 다시는 살아나서 돌아올 수가 없다. 그러니 두렵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래서 역사적으로도 사람들은 죽지 않고 사는 방법은 없을까를 찾아 왔다. 유명한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 子東方朔)’은 『한서(漢書)』의 「동방삭전 (東方朔傳)」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에는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에 관한 설화가 나온다. 오래 사는 것에 대한 동경 전한(前漢)의 무제(武帝)는 인재 를 구한다는 소식을 천하에 공포했다. 제(齊)나라 사람인 동방삭은 글을 써서 무제에게 올렸는데, 그 내용이 많을 뿐 만 아니라 필체도 당당하여 읽는 데 두 달이나 걸렸다고 한다. 동방삭은 해학과 변론에 뛰어났 고, 속설에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 먹었기 때문에 죽지 않고 장수했 다 하여 ‘삼천갑자 동방삭’이라고 불렸 다. 1갑자가 60년이니까 동방삭은 그 3 천 배인 18만 년을 살았던 셈이다. 동방 삭의 설화는 오래 사는 것에 대한 동경 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사마천의 『사기(史 記)』에 나오는 기록을 보면 기원전 219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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