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하는 정년직이다. 박 법무사는 정년퇴직을 해도 둘째의 나이가 결 혼적령기에도 미치지 못할 터라, 여전히 아이들 뒷바라 지 등 가장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 단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 의 삶이라는 것이 일반 직장인처럼 정시 출퇴근이 가 능하지도 않고, 당시는 지방청 보안과 계장으로 근무 하며 새벽 일찍 출근해 밤늦게 귀가하는 생활이 반복 되고 있어서, 살림과 아이들 교육을 전적으로 맡고 있 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고, 아이들에게도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는 결국 지구대장으로 자리를 옮겨 퇴직 이후 의 삶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을 해보게 됐다고 한다. 그 결과가 바로 법무사 시험에의 도전이었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그는 경찰대를 수석 입학한 재원이다. 머리도 좋았지만, 법학과 학생으로서 법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컸다. 경찰에 재직 중에도 그는 법학 공부를 손에서 놓 지 않았는데, 그 덕분에 2008년에 『주관식 형사소송 법』 교재(공동집필)와 2022년에 『단문정리 민사소송 법』(편저)을 발간하기도 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공인중개사와 경비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놓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딱 히 법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법무사 시험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하고 보니 법학 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온 것이 큰 도움이 되더군요.” 그는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법무사 시험에 도 전했고, 2017년 마침내 합격증을 따냈다고 한다. 이때 만 해도 그는 경찰복을 벗은 상태는 아니었다. 다만, 정 년 이후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조금씩 주경야 독하며 얻어낸 결과였다. “청춘을 바쳤던 경찰조직에 그래도 할 만큼은 해 야 한다는 생각으로, 법무사 시험에 합격을 하고도 5 년을 더 재직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그때를 끝으로 경찰과는 완전한 작별을 고 하고, 법무사로 새 출발을 했지요.” “당신은 어떻게 법무사가 되셨습니까?”라고 묻는 다면, 아마도 그 답은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법원·검찰 공무원직을 퇴직한 후 법무사가 되었 거나, 혹은 사회에서 이런저런 직업군에 종사하다 어떤 계기로 인해 법무사 시험에 도전해 법무사가 되었거나. 알고 보면 그 출신도, 사연도 매우 다양하고 다채 로운 구성을 자랑하는 법무사업계지만, 그중에서 의외 로 찾아보기 힘든 출신이 있다. 바로 경찰공무원 출신 법무사다. 큰 틀에서 보면 유사 직업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 겠으나, 법원·검찰 공무원과는 달리 법무사 시험의 혜 택을 받을 수 없어서인지 경찰공무원이 법무사가 되는 경우는 아직 드문 것 같다. 박홍식 법무사(서울서부회·51)는 그 드물다는 경 찰공무원 출신 법무사다. 지난 2021년, 27년간 몸담았 던 경찰공무원직을 퇴직하고, 2022년 신입 법무사로 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경찰대 11기(1991년) 출신인 그는, 경찰대 법학과 에 입학할 당시 전체 수석을 차지했을 정도로 전도유 망한 경찰 인재였다. 그런 그가 27년 후 익숙한 경찰복 을 벗고, 법무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 생활 20년 만에 흔들린 마음, 정년 이후는 어찌할 것인가? “경찰대가 가진 여러 가지 메리트가 있습니다. 일 단은 학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졸업 후에는 안정 적인 직업인 경찰의 경위 계급으로 곧바로 임용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국비교육이지만 졸업 후 꼭 경찰 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 이유가 좋아서 경찰대로 진학했는데, 막상 진학하고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조직에 완전히 동화되어 어느새 경찰이 되어 있더라고요(웃음). 그렇 게 20년을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슬슬 정년 걱정도 되고 여러 고민이 들기 시작 하더군요.” 경찰은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60세가 되면 퇴직해 ┃ 법무사 시시각각 법무사가 사는 법 45 2023. 11 vol.677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