얹어 완성차를 판매하는 것이 훨씬 더 큰 부 가가치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리버스엔지니어링의 용이성 이다. 기계장치는 하나씩 분해해 보며 그 구 조를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을 판매 한다는 것은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에 탑재 된 설계가 유출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 다. 반면 AI 모델은 리버스엔지니어링이 거 의 불가능하다. AI의 설계도를 파악했다 하더라도 모 델 안의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가 각기 어떻 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 운 일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복제하려면 학습에 사용했던 데이터도 훔쳐야 하고, 데 이터센터에 침투하여 서버 컴퓨터도 철거해 훔쳐야 한다. 어찌어찌 모델을 훔쳐냈다 하 더라도 이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수천억 원 대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해야 한다. 그럴 바엔 약간의 사용료를 납부하며 검증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러다 보니 파운데이션 모델 SaaS 고객은 상대적으로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통해 판매 자의 기술을 훔치려는 동기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구조가 폐쇄성과 개방성을 결정짓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은 브랜드 가치가 형성되는 방 향이 정반대다. 예를 들어 포르쉐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 최고의 변속기를 경험해 보려면 포르 쉐를 구매해야만 한다.”라는 기술적 우위의 독점성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만약 파 워트레인과 플랫폼을 무분별하게 판매한다 면, 경쟁사와의 기술적 우위는 희석될 것이 다. 극단적인 예로 벤츠 플랫폼에 기아 마크 를 단 자동차가 저렴한 가격에 전 세계에 출 시된다면, 벤츠의 이미지는 어떻게 될까? 그러나 SaaS는 한 곳이라도 많은 사 05 폐쇄적인 플랫폼 VS 개방적인 SaaS, 서로 상반되는 4가지 이유 자동차 플랫폼이나 파운데이션 모델의 SaaS나 새로운 제품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철학이라는 점에는 공 통점이 있다. 그러나 제조사의 방침은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플랫폼을 기아차에 탑 재하거나, 폭스바겐의 플랫폼을 아우디에 탑재하는 등 동 일 계열사 내에서의 플랫폼 활용은 가능해도 경쟁사인 외 부회사에 플랫폼을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AI업계는 한 곳이라도 많은 외부 기업이 자사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사용해 주기를 바란다. 일례로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사용해 창업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억대 의 SaaS 사용료를 지원하거나 지분 투자에까지 나서고 있다. ‘산업적 리소스를 절감시켜주는 장치’를 폐쇄적으로 운용하느냐, 서로 보급하지 못해 안달이냐의 기조 차이만 보더라도 향후 어느 쪽 산업이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고, 새로운 상품들이 더욱 빠르게 쏟아져 나올 것인지 는 손쉽게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양 업계의 기조와 방향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생겨나 는 이유는 다양한데, 4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첫 번째는 바로 생산 비용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한번 만들어 서버에 저장하면, 두 곳에 납품하건 열 곳에 납품하건 추가적인 비용이 크게 발 생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전기세가 조금 더 나가는 정도다. 반면, 자동차의 플랫폼은 생산량이 충분히 많다는 가정하 에 10대를 생산하려면 1대를 생산할 때보다 정확하게 10배 의 비용이 필요하다. 무분별하게 외부 판매를 장려할만한 유인책이 부족한 것이다. 두 번째는 부가가치의 창출 정도다. SaaS는 한번 계약의 물꼬를 트면, 고객사가 유치한 유 저의 수에 비례하여 순이익이 상승하는 구조이므로, 고객사 가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투자한 비용이 고스란히 SaaS 판 매자의 수익 상승과 연결된다. 반면, 플랫폼은 한 번 거래가 성사되었다고 해서 이후 새로운 부가가치를 가져다주지 않 는다. 대량 발주를 하면, 외려 단가를 할인해줘야 할 것이다. SaaS 제공자는 남들이 사용해 줄수록 더 큰 부가가치 가 생겨나지만, 자동차업계는 자사의 플랫폼 위에 껍데기를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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