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 흥이 폭발하는 강렬한 감정 이쯤에서 살짝 갸웃해지는 지점이 있다. ‘신명’은 그럼 뭘까? ‘흥의 민족’이란 말도 있지만 ‘신명의 민족’ 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흥과 신명은 비슷한 의미로 쓰 이지만, 그 차이를 명확하게 구별한 경우는 많지 않다.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가 ‘신명’이었던 필자가 그 차이 를 한번 짚어보았다. ‘신’ 또는 ‘신바람’으로도 불리는 ‘신명’은 그 사용 되는 맥락에 따라 여러 의미가 있다. 신명 연구자로서 필자는 신명의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하나는 문화적 의미의 신명이고 또 하나는 현상적 의 미의 신명이다. 문화적 의미의 신명 신명은 한국인들의 문화적 정서이자 동기이며, 한 국 문화의 대표적 상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신명은 한을 풀어 결국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적 상태 를 의미한다. 이것이 한국인의 한(恨)이 반드시 신명과 함께 언급되는 이유다. 신명은 잃어버리고 상처 입었던 나의 가치가 온전 히 풀려나와(흥의 과정) 밖으로 표출되어 밝게 빛나는 마음이다.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함은 사라지고 즐겁고 흥겹 고 신이 나다 못해 가슴이 터질 것같이 흥분되고, 너와 내가 구별되지 않고, 나와 세계가 하나가 되어(몰입, 일 체감, 무아지경)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끝없이 넘쳐 나오는 감정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끝없이 신명 을 추구한다. 한국인들의 놀이 문화(특히 현대)를 보면 음주문 화를 비롯해서 소위, 속된 말로 ‘뽕을 뽑는’ 식으로 상 당히 높은 수준의 쾌감을 추구하는 식이 많은데 웬만 큼 즐거운 것으로는 성에 안 차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행복 역치가 높은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신명을 이상적인 상태로 보고 추구한다 는 것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나 그렇지 않은 현실 을 더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지각할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상적 의미의 신명 현상적 의미의 신명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일 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으로서의 신명을 뜻한다. 신난 다, 신바람 난다, 신명 난다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말이다. 이때의 ‘신’은 보통의 즐겁고 재미있고 설레는 감 정보다 훨씬 크고 강렬한 쾌감을 의미한다. 흥(興)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또는 일어나기 시 작한 설렘과 즐거움이라면 ‘신’, ‘신바람’, ‘신명’은 이른 바 ‘흥이라는 것이 폭발’한 정도의 거센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예능 같은 곳에서 “흥이라는 것이 폭발한 다”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야말로 ‘신(바람)’ 또는 ‘신명’의 감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신명이 집단의 신명이 되는 순간의 해방감 ‘신바람 난다’, ‘신명 난다’ 같은 말이 요즘 사람들 에게는 국악한마당이나 마당놀이 같은 데서 들을 수 있는 조금 예스러운 말이 되어 가면서 새롭게 등장한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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