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11월호

표현의 자유로움은 문화 현상으로서 신명의 중요한 특징이자 커다란 심리적 효과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멋대로 할’ 용기다.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잘 못한다고 망설일 필요도 없다. 저마다 마음속의 흥(興, 표현 욕구)을 풀어내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신명의 판이 펼쳐질 것이다. 표현이지만 그 뜻은 신난다, 신명 난다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즉, 흥과 신(신명)은 우선 경험하는 정서의 강도 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흥이 난다’가 마음속에서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는 단계라면, 점차 ‘흥이 오르는’ 단계와 흥이 오르다 못해 ‘흥에 겨운’ 단 계를 지나 ‘흥이 넘치고’, 결국 ‘흥이라는 것이 폭발’하 는 단계가 신, 신명이다. 신명은 개인적 신명에 머무르지 않는다. 풀려나오 는 자기표현의 욕구는 다른 사람들의 공감과 인정을 받을 때 그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나의 흥 을 이해하고 교감해 줄 사람들의 존재로부터 개인의 신명은 집단의 신명이 된다. 그 순간부터 진정한 신명 의 의미가 발생한다. 신명은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는 이들과 하나가 되어 나의 행위와 나를 구별할 수 없고, 행위자와 참여 자, 나와 네가 구분되지 않는 상태에서 극대화된다. 나 를 표현한다는 즐거움, 남들이 나를 알아준다는 뿌듯 함, 저 사람을 이해한다는 즐거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은 마음이라는 행복감. 지금 여기에는 이 사람들 과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 그렇게 어울려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면 그간의 스트레스나 한으로 표상되는 부정적인 감정들마저 다 쓸려나간 상태가 되는데 이 또한 신명의 한 국면이다. 후련함과 시원한 해방감이 찾아오고 자신감과 뿌듯한 행복감이 빈 곳을 채우는 느낌이 든다. 그야말로 무엇 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이다. 한국인들은 문화적으로 이러한 상태를 경험해 왔 고, 또 이러한 상태가 되고자 하는 동기를 지닌 것 같 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그 즐거움을 극대화하려는 노 력을,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그것을 극복하여 마 침내 신명을 맛보고 말겠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내 ‘멋’대로 풀어내는 흥과 신명 마지막으로, 그럼 ‘멋’이란 무엇일까? 멋이란 흥 (興)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신명의 도가니에서는 저마 다 자신만의 흥(興)을 펼쳐내지만 누구나 멋있는 것은 아니다. 그 표현방식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멋’ 은 특히 예인의 영역에서 중시되어 왔다. 예인들은 보 통 사람들 마음속에 숨어 있는 흥(興)을 깨워 신명으 로 인도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멋’이 예인들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정제 되고 다듬어진 예인들의 멋도 멋이지만, 잔칫집에서 막 춤 추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멋도 멋이다. 한국인들은 ‘내 멋대로’ 할 때 흥이 오르고 신이 난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로움은 문화 현상으로서 신 명의 중요한 특징이자 신명의 커다란 심리적 효과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멋대로 할’ 용기 다.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잘 못한다고 망설일 필요도 없다. 저마다 마음속의 흥(興, 표현욕구)을 풀어내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신명의 판이 펼쳐질 것이다. 신명은 우리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어야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몸이 움직여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 보자. 멋있어 보이고 싶은 사람은 개 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몸짓을 좀 더 다듬으면 될 일이 다. ┃ 슬기로운 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73 2023. 11 vol.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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