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구해주세요 뭐든지 할게요, 하인이라도 할게요 2023. 2. 7. 튀르키예, 시리아 북부 강도 7.8을 기록한 사상 초유의 지진 현장 사망자가 5만 명을 넘는 아비규환 속에서 무너진 건물 틈에 동생과 함께 갇힌 한 일곱 살짜리 소녀가 36시간을 버티며 동생을 구조해 달라 외쳤다 평소 애들이 쓰지 않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힘 빠진 목소리는 구조대에게 들리지 못했지만 소녀는 다가올 천사의 양쪽 가슴에 안겨드릴 꽃송이를 떠올리며 쏟아지는 수마를 견뎠다 구조대원의 눈에 비친 것은 어린 동생을 꼬옥 감싸고 있는 한 송이 하얀 꽃이었다 - 시집 『아름다운 모순』 중에서 박동일 ● 법무사(제주회) 아수라에 핀 꽃 박동일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출생. 제주대학교 법학과 졸업. 2007년 『시사문단』 등단. 시집 『늦게 나온 달빛』(2012), 『달』(2016), 『아름다운 모순』(2023). 제주문인협회 회원. 75 2023. 11 vol.677 ┃ 슬기로운 문화생활 문화路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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